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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흔들리면 중국이 우리를 어떻게 볼까 / 김희상

Joyfule 2013. 4. 29. 20:45

 

 

한미동맹 흔들리면 중국이 우리를 어떻게 볼까 - 김희상

 

남·북 양손에 들고 즐기는 중국 '업신여김' 받지 않으려면 미국과 동맹 바탕,

中 상대해야 훼손된 '韓·美 동맹' 복원하는 데 5월 정상회담은 더없이 좋은 기회.

'연합司 강화' 합의 이끌어내야.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중장·정치학박사 사진
icon_img_caption.jpg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중장·정치학박사

우리 머리 위를 덮쳐 오고 있는 북한 핵을 비롯해 수많은 현안이 쌓여 있는 5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겁다. 미국은 지난 2개월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인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부터 들어보자는 분위기라 한다. '월남전 전우의 딸'이자 '미·중 양국의 신뢰를 함께 얻고 있는' 이 매력적인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어떤 요구를 해 올지 '호의적 긴장감'도 느껴진다고 한다.


한국으로서는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대(代)를 이은 폭정으로 체제 유지의 한계 상황에 몰려 있는 김정은 체제가 핵과 미사일, 군사 도발과 간접 침략 등으로 '항복하지 않으려면 자유 통일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외통수 길'로 우리를 내몰고 있는 그런 때가 아닌가? 새 정부가 싫든 좋든 자유통일의 민족사적 과제를 피해 갈 수 없다는 말이다.


때마침 골드만삭스 IMEMO(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구들이 진작부터 한반도가 자유통일 되면 세계 최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화려한 예언을 하고 있고, 생전의 황장엽 선생은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을 뿐 '3년 길어야 5년'이면 자유 통일이 가능하다고 해 왔다. 지금이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승만 대통령의 개국(開國)과 박정희 대통령의 미진(未盡)했던 건국(建國)을 그 딸이 완성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호사가(好事家)들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로지 한반도 자유 통일 대장정의 문을 여는 대전략적 접근에 진력했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미·중을 함께 아우르는 연미화중(聯美和中) 연미연중(聯美聯中)의 지혜도 필요하니 미국에만 너무 관심을 두는 것은 현명치 않다는 주장도 물론 있다. 지난 20여년 급속히 발전해온 한·중 관계와 중국 사회에 높아가는 합리적 지성의 목소리에 큰 기대를 거는 이도 많고, 심지어 '앞으로의 50년은 중국'이라며 한·중 관계의 발전으로 한·미 동맹을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중국의 내심을 깊이 아는 한 전문가는 "그런다고 남과 북을 양손에 올려놓고 즐기고 있는 중국이 조·중 동맹 위주의 기존 대한반도 정책을 한국 위주로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고, 설사 시진핑 주석이 그렇게 바꾸고 싶어도 오랜 원로 정치의 관행에 비추어 가까운 시간 내에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의 정책을 바꾸려면 미국의 적극적 관심이 더 유용하고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 중국의 '업신여김'을 자초하기 십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안보는 나라가 죽고 사는 업무다. 불필요한 모험보다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법이다. 결국 우리로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튼튼한 한·미 동맹 체제'를 한국 대외 정책의 기저(基底)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니 오늘보다는 한 차원 좀 더 높게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지 싶다. 그 위에서 '미·중 함께 아우르기'에 최선을 다하되 당장 어렵다면 중국의 사회적 이성과 문화적 공감대 그리고 경제적 국익 같은 것으로 설득하면서 중국의 변화를 좀 더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력 협정' 같은 것도 물론 중요하고 '서울 프로세스'도 내세우고 싶겠지만, 박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담 최우선 과제는 그동안 약속만 무성했던 '한·미 전략동맹 체제'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요, 그 출발점은 동맹의 핵심 연결 고리인 한·미 연합사 체제를 재정비, 강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북한의 전면 도발과 핵 위협에 대처하는 데는 물론 장차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엄청난 정치·경제·군사적 소요를 감당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밖에 없고 연합사는 그런 지원을 받아들일 양호한 통로이자 관리 기구다. 무엇보다도 오늘 한·미 동맹이 튼튼하다고 하지만, 실은 햇볕정책 10년간 헤집어 놓은 상처들은 아직 다 아물지 않았고, 광우병 사태 등으로 새로 파인 불신의 골도 만만치 않다. 이런 판에 2년 후 연합사까지 해체되고 나면 한·미 동맹은 사실상 형해화(形骸化)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다가 오늘 미국의 외교·경제·군사적 여건은 매우 어려운 반면 장차 우리가 한·미 동맹에 기대하는 동맹적 소요는 너무 크다. 그러니 미국으로 하여금 유사시 우리에게 필요한 동맹적 소요를 충분히 뒷받침하게 하려면 좀 더 지혜로운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연합사나 해체하고 있을 것인가? 오히려 오늘처럼 '연합사로 연결된 구조적인 동맹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한반도 자유통일을 내다보는 대전략적 차원에서 한·미가 함께 총체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동맹의 내실을 재정비 강화해야 할 때인 것이다. 5월 한·미 정상회담이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