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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헤는 밤 - 윤동주 ★

Joyfule 2005. 3. 22. 02:46
    
    
    ★ 별 헤는 밤 - 윤동주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