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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1 - 기형도

Joyfule 2007. 9. 15. 02:34

      가을에1 -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幽靈(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音聲(음성)을 만들어 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