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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 김선우

Joyfule 2007. 7. 20. 00:31
 
      간이역 - 김선우 내 기억 속 아직 풋것인 사랑은 감꽃 내리던 날의 그애 함석집 마당가 주문을 걸 듯 덮어놓은 고운 흙 가만 헤치면 속눈썹처럼 나타나던 좋.아.해 얼레꼴레 아이들 놀림에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해 - 흙글씨 새기던 당두마을 그애 마른 솔잎 냄새가 나던 이사오고 한번도 보지 못한 채 어느덧 나는 남자를 알고 귀향길에 때때로 소문만 듣던 그애 아버지 따라 태백으로 갔다는 공고를 자퇴하고 광부가 되었다는 급행열차로는 갈 수 없는 곳 그렇게 때로 간이역을 생각했다 사북 철암 황지 웅숭그린 역사마다 한그릇 우동에 손을 덥히면서 천천히 동쪽 바다에 닿아가는 완행열차 지금은 가리봉 어디 철공일 한다는 출생신고 못한 사내아이도 하나 있다는 내 추억의 간이역 삶이라든가 용접봉,불꽃,희망 따위 어린 날 알지 못했던 말들 어느 담벼락 밑에 적고 있을 그 애 한 아이의 아버지가 가끔씩 생각난다 당두마을, 마른 솔가지 냄새가 나던 맵싸한 연기에 목울대가 아프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