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개망초 추억 * 맹광우

Joyfule 2006. 5. 12. 01:07
    개망초 추억 * 맹광우 창 너머 그의 뜰은 새하얀 이불 포단을 덮고 고요하게 잠들어 있다 아니 사실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바람이 들리던 밤에 뜰이 웅크린 자리가 가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았다 잊으라니, 못 먹는 풀이라도 무성히 피고 나면 꽃밭이다하고 몇 개 이름을 가르쳐주다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어느 흔한 꽃 앞에 서서는 개망초(豈忘草)라 부디 잊지 말라하네 공중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망설이는 어린 이파리 천천히 떼어내며 이것은 식용(食用)이다 언젠가 추억에 허기를 느끼면 너 또한 뜯게 될 것이라고 하얀 손마디 꺾어질 듯 가슴에 깊이 심어 주었는데 그 때는 알 수 없었네 무성히 꽃 이파리 날리는 만개(滿開)의 계절이란 곧 헤어짐이란 것을 당신 무심히 돌린 등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나서야 나는 간신히 깨달았네 그리고 세월의 먼지가 메뚜기 떼처럼 하늘을 온통 뒤덮고 지나 갔으니 남은 것은 앙상한 가지가 하얀 뼈처럼 들어난 추억이라 기억할만한 것도 없고 손대면 힘없이 부서져 내리는 시절들 세월은 왜 이다지도 쉽게 사람을 젖게 하는 것일까 사랑을 지치게 하는 것일까 장대비 한바탕 쏟아지고 나면 지는 꽃도 있을까 하였으나 그럴 때 마다 더 천연덕스럽게 피어나는 것이 길 가, 쉽게 지나치던 바람이 키운 꽃들이었네 그리하여 향기는 없었으나 나는 깊이 취하였으니 이 밤 오래도록 내 안에서 견딜 나만의 뜰
    
    주)개망초-국화과의 두해살이풀. 높이는 30~10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피침(披針) 모양 또는 타원형이다. 
       7~8월에 흰색 또는 엷은 보라색 꽃이 산방(繖房) 
       꽃차례로 피고 어린잎은 식용한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 식물로 밭이나 길가에 자라는데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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