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이 지나치면 무능이 된다
지나친 겸손 `무능력`으로 비쳐
헤드헌팅회사 사장 자격으로 외국인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한국인들의 인터뷰 태도다. 이들은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왜 한국인들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려 하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한국인들은 "당신의 업적이나 성과 성공 경험 등을 설명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계면쩍은 듯 난처한 표정을 짓거나 내세울 게 별로 없다는 듯 우물쭈물한다는 것이다.
이런 외국인들을 이해시키려면 유교식 예의범절로 형성된 한국의 '겸손문화'를 길게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을 한참 듣고 나서도 외국인들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그런 태도는 겸손이 아니라 표현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이라고 꼬집는다. 인터뷰에서 면접관으로부터 자신의 장점이나 성과를 설명하라는 주문을 받으면 주문에 충실하게 답변하면 그만이지 왜 망설이느냐는 것이다.
표현력 부족은 채용뿐 아니라 승진에서도,외국기업뿐 아니라 한국 기업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기업의 임원들은 신입사원을 뽑고 직원 승진심사를 할 때 자기만이 알고 있는 '인재 감별법'을 활용한다. 인재 감별법은 워낙 많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다'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영자들이 자주 쓰는 감별법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회의'라고 말한다.
아시아인들은 대체로 겸양의 미덕을 중시한다. 동양권에서는 나서지 않고 튀지 않고 물 흐르듯 지내는 게 가장 좋은 처세술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 특히 튀는 것을 싫어한다. 이 때문에 회의에서도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가능하면 발언을 자제하고 경청에 주력한다.
그러나 지나친 겸양은 미덕이 아니라 무능력의 징표일 수 있다. 회의를 주재하는 경영자나 임원들은 참석자들의 상황을 한눈에 알아본다.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은 회의 때마다 새로운 것을 들고 온다. 반면 회의 내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일을 안 하고 공부를 게을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회의 때마다 별 내용 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아 회의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회의 때마다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회의 때 침묵은 자신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핵심 요인이다.
우리는 종종 자격은 다소 뒤졌지만 인터뷰 때 후한 점수를 따서 원하던 회사에 입사한 사람을 보게 된다. 또 상사에게 브리핑을 잘했거나 회의 때 인상적인 의견 제시로 장관에 발탁되고 임원에 오르는 행운을 누린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들에게 표현력과 적극적인 의견 제시 습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상대방의 질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것은 채용과 승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인터뷰나 회의 등 시선이 집중되는 장소에서 발표력은 자신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한국경제. 200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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