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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 강 기원

Joyfule 2007. 11. 3. 01:10
   
기린 - 강 기원        
무릎 꿇는 법이 없어, 그는 
아무리 허기가 져도 
아니, 허기가 질수록 머리 숙이지 않고 
높이 쳐든 목으로 구름만 조금씩 떼어 먹지 
무리 짓지 않고 
덫에 걸리지 않는 그의 가계엔 
뭉게구름이 더러 섞여 있는지도 모를 일 
때로 하늘의 일을 엿보는 
그의 수준 높은 유머를 알아듣는 자는 없을걸 
마음으로 전하는 소리 없는 말을 
그런 그에게도 곤혹스러움은 있어 
높은 다리를 낮게 벌려 
채워야 하는 땅 위의 목마름 
그러나 그의 표정은 아득해 
무엇이든 눈 아래로 보지 
장고의 바둑을 두듯 느리고 넓은 보폭으로 
짝짓기 현장을 들키는 법도 없이 
허공이 침상인 그가 
화석처럼 오만한 그가 
이상하지 
내게는 하늘 아래 가장 낮은 자로 보여 
늘 홀로인 냉이꽃으로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