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 강 기원
무릎 꿇는 법이 없어, 그는
아무리 허기가 져도
아니, 허기가 질수록 머리 숙이지 않고
높이 쳐든 목으로 구름만 조금씩 떼어 먹지
무리 짓지 않고
덫에 걸리지 않는 그의 가계엔
뭉게구름이 더러 섞여 있는지도 모를 일
때로 하늘의 일을 엿보는
그의 수준 높은 유머를 알아듣는 자는 없을걸
마음으로 전하는 소리 없는 말을
그런 그에게도 곤혹스러움은 있어
높은 다리를 낮게 벌려
채워야 하는 땅 위의 목마름
그러나 그의 표정은 아득해
무엇이든 눈 아래로 보지
장고의 바둑을 두듯 느리고 넓은 보폭으로
짝짓기 현장을 들키는 법도 없이
허공이 침상인 그가
화석처럼 오만한 그가
이상하지
내게는 하늘 아래 가장 낮은 자로 보여
늘 홀로인 냉이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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