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밟으며 - 로버트 프로스트
온종일 낙엽 밟고 다니느라 그만 가을에 지치고 말았네.
밟으며 짓이겨놓은 일, 누가 그 색깔과 형체를 모두 알랴.
너무 많은 힘을 들이며 사납게 쏘다닌 것도 두려움 때문인가.
다시 한 해의 가랑잎을 발로 밟고야 안심하네.
여름 내내 머리 위에서 고자세였던 잎들,
이제는 묻힐 자리 찾느라 나를 스쳐 지났는가.
여름 내내 숨결 살랑이며 위협하는 소리 들리더니
이제는 땅에 떨어져 나마저 죽음으로 데리고 가지는 건가.
잎은 저희끼라 말하듯 내 마음속의 도망자에게 말을 걸었고
눈꺼풀을 때리고 입술을 건드리며 슬픔으로 초대했었네.
하지만 잎이 떨어진다고 나마져 져야 하나.
이제 일어나 또 한 해의 눈이나 밟고 다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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