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
상고를 졸업하고 전자회사 영업 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김우준 씨는
십 년 동안 성실히 일하여 모은 돈과 주변 사람들의 돈을 빌려
조그만 가전 제품 대리점의 사장이 되었다.
그런데 사업이 안정되고 빌린 돈도 거의 다 갚아 갈 즈음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남은 것이라고는 아는 사람으로부터 빌린 빚뿐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 빚을 갚아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가전제품 외판원으로 나섰는데,
날마다 방문 판매를 하면서 버는 돈중에서 하루에 오천 원씩 빚을 갚아 가기로 했다.
매일 저녁 그는 오천원을 주머니에 넣고 한강다리를 건너
용산까지 돈을 빌려 준 사람의 집을 찾아가 돈을 갚은 뒤,
온 길을 되돌아 집으로 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대교 위를 걸어다니면서
그는 언제가는 반드시 사업을 다시 일으키리라는 희망의 싹을 가슴속에 키워갔다.
몇 년이 지나 드디어 빚을 다 갚은 그는 재기할 계획을 차곡차곡 진행시켰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성실성을 눈여겨본 전자회사 판매이사가
그의 신용을 믿고 물건을 대줄테니 다시 유통업을 해보라고 권했지만,
자금이 부족했던 그는 돈이 좀더 모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 즈음 우연히 예전에 오천 원씩 돈을 갚았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둘은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얘기 끝에 김우준 씨의 처지를 알게 된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당신이 오천원씩 빚을 갚기 시작했을 때,
나는 며칠 지나면 그만둘 거라 생각했소,
하지만 당신은 끝까지 해냈고, 그 사이 당신에 대한 내 믿음도 쌓여갔소.
나는 언젠가 당신이 꼭 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오.
새로 출발한다니, 내게도 출자할 기회를 주겠소?"
그 동안 그는 돈을 갚은 게 아니라 신용을 쌓은 것이었다.
살로트 웨크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