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리 - 박해람
길의 사이에 다리가 있다
원래 이것들은 끊어진 곳에서 새살처럼 돋아난다
새살은 상처에서 생겨난다지만
다리에게는 양쪽의 세상이 다 입구다
그 입구가 상처의 문이다
다리 위로 흐르는 것들보다
밑으로 흐르는 것들이 더 빠르다
여기에 세월은 없다
막히는 법이 없는 길의 입구
시작과 끝이 한 몸에 있다
간혹 저승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늘 다리가 등장한다
왕복할 수 있는 곳에 다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언제고 돌아올 수 있다는 증거이고,
다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밑으로 흐르는 시간에는 왕복이 없다
내가 관여하지 않는 시간들이다
건너가지 않으면 돌아 올 수 없는 다리
연골에 가득 들어 있는
뻣뻣한 칼슘 덩어리 같은 다리
더 이상 구부러지지도 않으면서
몸에서 떼어버릴 수도 없는 길의 뼈마디.
방향도 없으면서
그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다리를 건너 다녔으나
또 한, 세상의 가장 빠른 지름길인 다리를
여태 건너고 있다
저 쪽에서 나를 닮은 딸아이가 건너오는 것을 보면서
잠시 오래 서서 같이 쉬기도 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