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외국어 연설이 왜 잘못인가
입력 : 2014.02.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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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우현 한림대 객원교수·前 주 프랑스공사 겸 문화원장
필자는 최근 프랑스 관련 저술을 위해 자료를 섭렵하다 프랑스 국립 방송 연구소(INA)가 제작한 프랑스 현대사의 영웅 샤를르 드골을 회고하는 다큐멘터리를 볼 기회가 있었다.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드골이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독일과 멕시코 등 중남미 제국을 방문했을 때 각각 독일어와 스페인어로 연설하여 관중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가 꽤 긴 내용의 연설을 이 두 가지 언어로 자연스러우면서도 특유의 열정적인 웅변조로 하는 것을 보고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 역사학자 프랑수아 케르소디는 '드골과 아데나워, 독불 화해의 효시'란 논문에서 1962년 드골이 독일을 국빈 방문했을 때 무려 14개의 연설을 독어로 외워서 했다고 밝히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드골이 불어가 아닌 방문국의 언어로 연설한 이유는 감동적이고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2004년 영국·프랑스 화친협정 체결 100주년 기념식에서 완벽한 불어로 연설하여 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케네디 대통령은 미소 간의 냉전이 한창이던 1963년 6월 26일 서베를린을 방문해 역사적인 연설을 하면서 'Ich bin ein Berliner!(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라고 독일어로 두 차례나 외쳐 서베를린 시민에게 강한 연대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소련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백악관 환영 행사 답사에서 인사말을 영어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환영사에서 프랑스의 국가 표어인 '자유, 평등, 박애'를 불어로 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의전은 정형화돼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감동적인 메시지의 전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어로 연설하는 것이 방문국의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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