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스토예프스키의 하루 ◆
1849년 12월 어느 날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농민반란 선동혐의로 얼어붙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 세워졌다.
고작 몇 달간의 유배를 예상했던 그에게
돌연 총살형이 내려지고 두건이 얼굴에 씌워졌다.
병사가 소총을 들어 그의 심장을 겨누었다.
죽음 앞에 선 그는 만약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남은 인생의 단 1초도 허비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천운일까. 그때 마차 한 대가 질주하며 광장에 들어섰다.
사형 대신 유배를 보내라는 황제의 전갈이었다.
그날 밤 도스토예프스키는 담담한 어조로 동생에게 편지를 쓴다.
“지난 일을 돌이켜보고 실수와 게으름으로 허송세월했던 날들을 생각하니
심장이 피를 흘리는 듯하다.
인생은 신의 선물….
모든 순간은 영원의 행복일 수도 있었던 것을! 젊었을 때 알았더라면!
이제 내 인생은 바뀔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
시베리아 유배기간 4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
살을 에는 혹한 속에서 무려 5킬로그램에 가까운 쇠고랑을
팔과 다리에 매단 채 창작생활에 몰두했다.
글쓰기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소설을 쓴 후 모조리 외워두었다.
그는 1881년 죽는 날까지 미친 듯한 열정으로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대작을 잇달아 내놓았다.
서양 연극 중에 자신의 생명이 15분밖에 남지 않은
한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한 ‘단지 15분’이라는 작품이 있다.
만약 당신의 생명이 15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사형장에 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