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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죽음 정치적 이용말라" ...대통령하야 하면 달라지는 것있 있냐고 반문

Joyfule 2014. 5. 12. 08:13

 

 

`동생 죽음 정치적 이용말라" ...

대통령하야 하면 달라지는 것있 있냐고 반문

 

 

10일 오후 진보단체들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가 열렸던 서울 청계광장 맞은편에서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탈북어머니회’ 등 보수단체 회원 300명(경찰 추산)도 추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김복근(28·헬스 트레이너)씨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나는 이번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6반 김동영 학생의 사촌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무고하게 죽어간 동영이과 동영이 친구들의 죽음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 참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불러 간담회를 할 당시 “이종인이 전문가라는 근거가 어딨느냐”는 말을 했다가 온라인상에서 정부 프락치로 몰려 곤욕을 치렀다. 김씨는 당시 “이종인은 천안함 때도 말만 했지 한 것이 없는 사람이며, 이번에 그를 투입하면 구조 작업이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인씨는 세월호 수색 현장에서 해난구조 지원장비인 ‘다이빙벨’ 투입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실제로 다이빙벨은 투입됐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다이빙벨 투입 주장한 이종인씨에 의문 제기했다 정부 프락치로 몰리기도

김씨는 “그 말을 하자마자 고발뉴스 이상호씨 취재진이 나를 계속 카메라로 비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얼굴은 생중계를 통해 네티즌들에 노출됐고, 트위터 등 SNS에서는 김씨 사진과 함께 ‘정부가 심은 프락치’라는 말이 떠돌았다. 이후 김씨가 유가족이란 사실이 다른 가족들에 의해 밝혀졌지만, 프락치로 몰린 것에 대한 사과는 받지 못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김복근씨.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제공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김복근씨.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제공

김씨는 일부의 대통령 하야 주장에 대해 10일 집회에서 “당장 대통령이 하야한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사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정치적·경제적 이익 때문에 희생자를 이용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짓된 정보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다”

김씨는 집회 다음날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이상호가 누군지 이종인이 누군지도 몰랐던 실종자 가족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종인에게 기대했고, 유족들을 대변해주겠다고 카메라 들이댄 이상호를 ‘진실을 전하는 사람’으로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짓된 정보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동영군 아버지도 “추모해주는 건 좋지만 유가족 선동해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안산의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만난 동영군의 아버지 김재만(51)씨도 “많은 사람이 순수하게 추모해주는 건 좋지만 유가족을 선동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동영군은 지난 5일 어린이날 시신으로 발견돼 8일 어버이날 발인을 마쳤다.
김복근씨.
김복근씨.

다음은 김복근씨가 지난 10일 추모 집회에서 한 발언 내용 전문.

“동영이는 어린이날 발견돼서 구조됐고 어버이날 발인 마쳤다. 지금 삼우제 마쳤다.
무고하게 죽어간 동영이, 그리고 피해자인 동영이 친구들의 죽음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참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

저 같은 경우, 4월 25일(정확한 날짜는 24일) 이상호가 주도했던 팩트TV의 구조 당국자들과 유가족들 간 대화에서, 이종인 투입을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이종인이 전문가라는 근거가 어디 있느냐, 이종인이 투입되면 구조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제가 분명히 6반 김동영의 사촌형이라 했는데, 정부에서 심은 프락치로 매도당했다. 팩트TV나 이상호 같은 경우는 저에 대해서 일절 사과의 말이 없었다.

유가족은 이상호도 모르고 이종인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절박한 심정으로 기대했던 게 얼치기 전문가 이종인이다. 자신들을 대변해주겠다고 카메라 들이댄 사람 이상호를 진실을 전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을 자신들의 사업적, 정치적 수단을 위해 이용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참지 못했다. 장례식을 마친 지금도 너무나 많은 허위 정보와 유가족을 이용해 실속을 차리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 여러분이 진정한 애도를 해 준다고 해서 이 자리에 나섰다.

사건 발생 초기에 저는 단원고 강당에서 구조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정보만 들려왔다. 3층에 생존자들이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얻었다. 허위 정보라는 걸 알고 마음이 찢어졌다. 그걸 장난치는 사람이 있다는데 그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외삼촌은 진도가 고향이다. 얼마나 물살이 탁하고 빠른지 잘 알고 있다. 생존 가능성에 대해 크게 점치지 않았다.

팽목항에 갔을 때에도 유가족들에게는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허위 정보라고 알려졌을 때 그런 허위 정보를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이어가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은 지금도 정부가 학살자라느니, 피해 학생들을 죽였다며 유가족을 이용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 일을 통해서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이 도출됐다. 당장 대통령이 하야한다고 해서 일어난 사건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살아오는 것도 아닌데, 정치적, 경제적 이익 때문에 희생자를 이용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동영이 영정 사진 보면서 다짐했다. 무고한 죽음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내버려 두지 않겠다, 끝까지 싸우겠다. 거짓된 정보를 진실로 호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다. 앞으로도 이런 모임 나갈 거고 스스로도 싸워 나갈 거다. 아픈 마음 갖고 이 자리 와 주셔서 감사하다. 유가족 마음으로, 부서진 마음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