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란
5장 성현의 지혜로 배우는 리더십
줄탁동시의 리더십
선가(禪家)에 '줄탁동시'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의 옛 선서(禪書) 가운에 『벽암록』에 전해지는 경청 화상과 한 수행자의 대화를 담고 있는 경청줄탁에서 나온 말이다. 경청은 당시 유명했던 선승으 로 그에게 어떤 수행자가 다음과 같이 요청했다. "저는 갓 태어나려는 병아리와 같으니 부디 화상께 서는 껍질을 깨뜨려주십시오." 그러자 경청이 "그렇게 하면 살아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수 행자는 "제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화상은 "역시 형편없는 놈이로구나"라고 질책했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표현한 말 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먼저 안에서 '톡톡' 쪼아야 한다. 그러면 어미 닭이 때를 알고 밖에 서 '탁탁' 깨뜨려주어 마침내 병아리가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경청줄탁의 이야기는 '스스로 깨어나지 않으면서 스승의 도움만을 요청하는 것을 질책하고 있다. 이를 리더십 측면에 적용해보면, 리더가 되 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에서 치열한 자기수련의 학습을 할 때 스승(부모, 선배 등)이 밖에서 도움을 주 어 리더다운 리더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즉, 진정한 리더십이란 서로 격려하고 호흡을 일치하여 안과 밖이 톡톡, 탁탁 박자를 맞출 때 창출되는 것이다.
리더의 입, 리더의 말
논어에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름에 미 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잘 생각하지 않고 불쑥 내뱉은 말은 아무데나 총을 난사하는 것과 같다. 사람 은 신께 올리는 기도까지도 말이라는 길을 통한다. 민주주의 길은 자유로운 언로의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은 논리에 맞는 합리적이고도 진실된 말의 길이어야 한다. 말과 글의 능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합리적인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그 사회 민주주의 수준을 결정한다. 공자는 달콤하고 약삭빠 른 말은 덕에 혼란을 불러들인다 해서 '교언난덕(巧言亂德)'이라 했고, 노자는 "말이 많으면 갖가지 난 처함이 생긴다" 하여 '다언수궁(多言數窮)'을 타일렀다. 결국 화의 시비는 말에서 생겨나니 말을 삼가 하라는 뜻이다. 말로써 말이 많은 시끄러운 세상이다. 정치인들의 품격 없는 언어에 국민들의 불신은 깊어가고 말로써 붙은 시비가 국민을 분열시킨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지도자의 말은 거듭 고민 하고 가다듬은 말이어야 한다.
리더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핵심은 의사소통이다. 일반적으로 생기가 넘치는 조직을 보면 조직구성원 간에 원활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대화는 단순히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기계 적인 의사소통만이 아닌, '뜻과 정'을 같이 하는 정신이 녹아 있는 대화이다. 충무공 이순신은 군기를 칼같이 준수하는 매우 근엄한 지휘관이었으나 대화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한 리더였다. 그는 전투에 임하는 부하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낱낱이 전달,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된 후 전투에 임하도록 했다. 임진왜란의 기록문에 의하면 이순신은 수십 차례 경상 · 전라 지역의 함대와 지휘관 방문을 통해 전쟁에 대한 목표와 명분을 분명히 함으로써 전장 상황을 승리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공감과 감동을 주는 메시지는 '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만들 어진다.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은 양방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리더십이란
5장 성현의 지혜로 배우는 리더십
상선약수의 지혜 리더십
《맹자》이루장구 하편에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이라는 구절이 있다. '물은 웅덩이를 가득 채운 뒤 에야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즉 거쳐야 할 절차를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 올 초, 미국산 쇠고 기 수입 협상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친 것도 '채워야 할 웅덩이'를 지나친 정부의 과실 때문이라 하 겠다.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처세철학도 우리의 생활에 큰 지혜를 준다. 상선약수는 "가장 이상적인 생활과 대인관계는 물과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매우 함축적인 말이지만 물의 성질을 생각해보면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다. 물은 상대를 거스르지 않고 다양하게 대응하는 유연성이 있다. 또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침잠을 잘하니 겸허하고 심연(深淵)과 같은 지혜를 가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 물은 약하지만 강한 힘을 낸다.
물과 관련된 성현의 말씀은 리더십 지혜를 모으는 차원에서 여러모로 응용해 볼 수 있다. 물은 수소 와 산소 분자의 구조형태에 따라 얼음(고체), 수증기(기체), 물(액체)의 형태로 변화한다. 이렇듯 똑같 은 물의 분자라 하더라도 모양과 성질이 상이하듯이 조직의 구성원도 리더와 리더십에 따라 성질이 각각 다른 조직체를 형성한다. 따라서 지혜로운 리더라면 얼음 같은 조직체에는 열(열정)을 가하여 물 (액체)처럼 유연하고 역동적인 조직체로 만들고, 수증기처럼 결집력이 없고 분위기가 들떠 있는 조직 체의 경우에는 시너지 효과(폭발력)를 갖게 해야 한다. 얼음이 깨어짐을 죽음이라고 여기는 한 깨어지 기 어렵다. 얼음을 깨는 창조, 혁신적 사고가 바로 리더십임을 명심해야 한다.
세종, 리더십의 교과서
세종대왕을 왜 위대한 경영자라 일컫는가? 그는 국가 발전의 근본인 국민교육과 과학기술 그리고 안 보에 대해서 탁월한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세종은 전통 사회에서 '지식경영'을 실현했고 한글 창제라 는 '정보혁명'을 이루어냈다. 또한 대마도 정벌과 사군육진 개척 등 국방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 으며 측우기, 해시계, 물시계 등을 발명해 첨단과학발전에 기여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볼 때 세종대왕 은 학습정신, 창조정신, 벤처정신, 실용정신 등을 몸소 실천한 리더십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세종의 재임 시 업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는 모든 일을 요즘의 국정과제처럼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기본 통치이념인 유교를 통해 정치를 제도화하고 이를 백성들에게 정착시키면서 급진적이 고 일방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는 조선사회의 특성상 먼저 지배계층인 사대부들을 설득하고 백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너지 리더십을 발휘했다. 왕조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수행에 앞서 공감 이 형성될 때까지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공론정치를 선보였던 것이다.
세종의 리더십의 요체는 위민(爲民)이었다. 오늘날 너도나도 민주주의를 말하듯 조선의 왕이나 사대부 들도 위민을 강조했다. 문제는 '백성을 위한다'는 그 많은 말들이 얼마나 정책으로 구현되는가에 있 다. 세종의 국가경영에서 위민은 단순한 이데올로기적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졌다. 우마 취급을 받던 노비들에게까지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세종은 각종 과학기구의 발명, 세법의 개정, 고전 의 편찬 사업 등, 모든 개혁을 인간 중심, 즉 백성에 두었다. 또한 지식공유의 필요성을 일찍 깨달았 던 그는 정보와 지식은 특정 집단만 가지고 있으면 신지식의 창출이 어렵다는 것을 알아, 지식에서 소외되어 있는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했다. 하지만 훈민정음은 많은 신료들의 반대에 부딪쳐 반 포되지 못하다가 3년이 지난 1446년에야 반포되었다. 전제군주시대였음에도 세종은 신하들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하지 않고, 이심전심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세종대왕이 그 많은 개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신하와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낸 도덕성 과 능력 그리고 솔선수범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종이 22세의 나이에 왕위에 즉위했을 때, 학문적으 로 대화가 될 만한 신하는 윤회, 변계량 둘밖에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는 세종의 학문적 수준이 출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교 문서하나 작성할 인재가 없을 정도로 인재부족이 심각한 수준이었 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세종은 인재사관학교라 할 수 있는 집현전을 가장 먼저 만들었고 이를 통해 수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또한 훈민정음을 창제할 무렵인 48세에는 실명단계에 처해 있었고 옆구 리에 큰 창이 있어서 하루저녁 고름이 한 홉 반이나 나왔으나 경연에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다. 이렇듯 세종은 끊임없는 비전제시와 도덕성, 솔선수범으로 신하들의 공감과 감동을 얻어 정치·경제· 문화·외교 면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번영된 시대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세종을 조선왕들 중 유일하게 '대왕(大王)'이라 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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