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맨발 - 문태준

Joyfule 2008. 7. 14. 03:41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같은 몸 밖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뻘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도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왔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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