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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되어야겠다 - 남상인

Joyfule 2005. 6. 4. 01:27


 
비가 되어야겠다 - 남상인




나는 비가 되어야겠다
비가 내리는 것을
따지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리움처럼 가믐 끝에 오는 비는
얼마나 고마워 흘리는 뜨거움인가

한 번 살아서
살아있는 것이 감사하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들을 수 있다면
산다는 것은 얼마나 멋있는 일인가

갈라진 농토에서 빗방울을 맞으며
춤추는 가장 소박한 이들의 비
그 비가 될 수 있다면 바랄게 무엇인가





사노라니 좋은 일만 있겠는가
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면서
어떻게 죽어야 잘 죽는 것일까

산다는 것이 이럴진대
어쩌면 비마저 내마음 같을까
어둠아 머물러라 비야 그치지 마라
너마저 없다면 내가 오늘 누구를
친구라 부르며 함께 젖어볼 수 있으랴

영혼을 적시는 줄도 모르는 채
한없이 비를 맞고 있는 사람에겐
비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 것일까

그러니 어찌 비가 되고싶지 않겠는가
가늘게 떨고 있는 가슴으로 스며들어
소름끼치는 외로움을 식혀줄 수만 있대도
비는 우리 인생에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그래서 나는 비가 되어야겠다
비가 되어 그대 젖꼭지에 스민들
네가 누구냐고 묻지는 않을테니까

비가 되어 그대 고운 속살을 적신들
그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대를 사랑하는 물결인 줄이야
어찌 알고 우산을 바쳐주며 웃겠는가

사랑은 속속들이 물드는 것이라는데
당연히 그렇다는데
왜 우리들은 늘 당위성을 잊은 채
사랑의 논리에 버림받고 있는 것일까

적시는 것이 사랑인지라
비가 되고 싶다는 것을 부인한다면
나는 빗물로 콸콸 흐르다 부서져
오물 찌꺼기로 남은 들 후회하겠는가


그러면 솔직히 말해서 비가 되지 못한대도 어쩔 수는 없다 그래도 한 마디만 하고 싶은 것은 비가 되고 싶은만큼 자유하고 싶다는 말이다 우르릉거리며 쏟아져 내린들 비이겠거니 흙탕물로 비틀거리며 흐른 들 비니까 쏟아지다 못해 폭포처럼 발광이라도 하면 두려운 듯 물러서서 물끄러미 바라보지 않는가 그러기에 그대 가슴에 새겨지고 있단 들 비이기에 용납하는 것처럼 나는 비가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그대를 사랑하고 태연스럽게 그대 곁에 머물러 사랑하고 싶다 말하자면 미쳐도 미치는 것이 당연하니까 미칠수록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니까라는 아주 당연한 이유이기를 원한다는 뜻일 뿐더러 비가 될 수는 없기에 이제는 자유하고 싶다는 아주 간단한 말을 그대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를 물으면 더 간단하다 사랑하기 때문에 비가 될지라도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사랑이기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