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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있던 자리 - 천양희

Joyfule 2006. 9. 4. 04:36
 
 
   
새가 있던 자리 - 천양희 
잎인 줄 알았는데 새네 
저런 곳에도 앉을 수 있다니 
새는 가벼우니까 바람 속에 쉴 수 있으니까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을 보고 있을 때 
내 뼈가 자꾸 부서진다 
새들은 몇 번이나 바닥을 쳐야 하늘에다 발을 옮기는 걸까 
비상은 언제나 바닥에서 태어난다 
나도 그런 적 있다 작은 것 탐하다 큰 것을 잃었다 
한 수 앞이 아니라 한 치 앞을 못 보았다 
얼마를 더 많이 걸어야 인간이 되나 
아직 덜 되어서 언젠가는 더 되려는 것 
미완이나 미로 같은 것 
노력하는 동안 우리 모두 방황한다 
나는 다시 배운다 
미로 없는 길 없고 미완 없는 완성도 없다 
없으므로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