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우의 햇볕같은 이야기
선한 사람
어떤 연세가 많으신 목사님이 제 아내를 보고
“참 선한 사람이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선(善)하고 참 편해 보이는 인상이랍니다.
인상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살아온 삶이 자연스럽게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늘 웃는 사람은 얼굴에 웃는 주름이 생기고,
고집스러운 표정을 오랫동안 짓다보면 자동으로 얼굴에 고집이라는
주름이 생겨서 고집스럽고 고약한 인상이 되지요.
제 아내는 참 선한 사람이 맞습니다. 惻隱之心 仁之端也(측은지심 인지단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짐의 극치라고 했는데,
지나가는 동물들도 그냥 보내는 법이 없고,
하다못해 길을 가다가 꽃이 쓰러져 있으면
기어이 세워놓고 갈 정도로 마음이 고운 사람입니다.
‘선을 행하는 사람’ 과 ‘선한 사람’은 아주 다른 개념입니다.
선을 행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을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이 그동안 안하던 선을 행한다고 쇼를 합니다.
연말이 되면 신문에 이름을 올리려고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냅니다.
어쨌든 선을 행하지만 다른 의도를 가지고 선을 행하는 사람을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선한 사람’은 선을 행하면서도 지금 자신이 선을 행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하는 것이지 ‘선한 행동’을 한다는 의식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존재가 선한 사람인 것입니다.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내느니라 (마12:35)
그리스도인은 ‘선을 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선한 사람’이어서 선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