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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리더십

Joyfule 2012. 5. 24. 10:17

 

 

 ◎ 셀프 리더십

 

 

최근에 발표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대한민국이 지난 60년 간 이룩한 업적중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경제발전을 꼽았으며, 박정희 리더십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는 믿음을 표출했다. 그런데, 경제발전의 공로가 모두 리더 한 사람의 몫인가? 여기에는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버펄로 뉴욕주립대(SUNY at Buffalo)의 마인들(Meindl) 교수는 사람들이 리더십에 대해 낭만적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조직의 성공이나 실패의 원인을 리더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귀착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자들은 리더십대체요인(leadership substitutes)이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이것은 조직의 규정과 제도 그리고 조직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통제 및 관리능력이 리더십을 대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관점이다. 즉, 조직이 잘 짜여진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고 그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을 관리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곳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줄어들거나 필요 없게 된다는 뜻이다.

 

지난 20년간 리더십 이론은 경영학의 핵심으로 대두할 만큼 크게 발전하였다. 그런데, 이 시기에 리더십의 대체요인에 대한 연구와 관심도 동시에 증가하였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셀프리더십이다. 그 요체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직무에 대한 자율적 통제권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일을 할 때 개인적인 만족과 학습도 증가하고 조직에도 긍정적인 성과가 있다는 관점이다.

 

더욱이 셀프리더십은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한 경영환경 속에서는 더욱 필요한 요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 세계에 퍼져서 일하는 조직구성원들은 각자의 직무현장에서 상사의 개입과 지시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오늘날과 같이 직원 한 사람이 가지는 정보처리 능력이 급격히 증가한 환경 속에서는, 의사결정의 권한이 본부에서 현장으로 이양되는 것이 더 조직성과에 효과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셀프리더십의 필요성이 증가한다.

 

현재 미국 육군이 추진하고 있는 각개병사의 전투력증강 프로그램에 의하면, 첨단정보기술과 장비로 무장한 병사 한 사람의 화력이 재래식 병기로 무장한 일개 중대병력의 전투력과 맞먹는 수준으로 개선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말 그대로 일당 백의 전투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래식병기로 무장한 백만 대군에 대하여 단지 일만 명의 첨단병사로 군사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상황도 유사하다. 오늘날 노트북과 휴대전화로 무장하고 공간이동이 자유로운 한 직원의 업무처리능력은 과거 전통적 조직의 일개 과 단위의 업무처리능력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리더십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오늘날의 환경 속에서 역설적으로 리더십을 대체하는 셀프리더십의 중요성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인식 속에서 간부는 물론 일선의 모든 직원의 리더십 역량강화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관점을 보다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경영사조가 임파워먼트이다.

임파워먼트는 종업원들이 종속적이고 수동적인 역할인식을 버리고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직무행동을 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과 재량을 이양하고 자기권능감(personal efficacy)을 가질 수 있도록 역량개발과 조직개발 등의 혁신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종업원 각자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자율적인 결정을 하며 자기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장악력을 가지게 하는 셀프리더십 역량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요즈음 부쩍 많이 나타난 자기경영 서적과 성공학 서적들은 이러한 시대적 관심과 요구에 대한 반응이라 하겠다.

 

그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책이 스티브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이다.

코비는 “주도적이 되라, 목표를 가지고 일하라,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하라,”는 개인차원의 습관과 “상생, 경청, 시너지”로 요약되는 집단차원의 행동습관이 성공적인 사람의 특징이라고 주장하였는데, 그 내용이 이해하기 쉽고 또 어려운 심리학의 연구내용을 쉽게 풀어 전달했기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코비는 세상을 향하여 성공하는 방법을 얘기함으로써 자기자신이 크게 성공했는데, 그 이후 수많은 성공학, 처세학, 자기관리 기법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책들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정리하기 보다는, 보다 학문적인 기반을 가진 셀프리더십 역량을 간략히 정리해 보기로 한다.

 

첫째는 자기관찰능력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여러 측면에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전제되어야, 자신의 행동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스스로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둘째는 목표설정능력이다. 보통 도전적이고 구체적인 목표설정이 성과향상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수많은 실증연구에 의해 그 타당성이 확고히 입증된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목표를 설정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적고, 개발에 긴 시간이 걸린다.

 

셋째는 환경제어능력이다. 자신의 행동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거나 집중을 떨어뜨리게 하는 환경적 요인들을 발견하여 제거하고, 반면에 효율적인 행동과 집중을 높이는 환경적 요인들을 증가시키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다.

 

넷째는 자기설득능력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 대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기의 행동과 태도에 대하여 스스로가 비판자 혹은 격려자가 되어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설득능력은 어려움, 회의, 두려움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다섯째는 자기보상능력이다. 자신의 일의 결과에 대하여 공정히 평가하고 이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적절한 보상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스스로에 대하여 공정하고 의미 있는 평가와 보상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다.

 

여섯째는 행동리허설능력이다.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일의 과정을 사전에 면밀히 설계하고 이를 미리 마음 속에서 모의 가동시키면서 발생가능한 위기를 예견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능력이 이에 속한다.

 

일곱째는 자기비전능력이다. 인간은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영상화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미리 마음 속에 현실화하는 독특한 능력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성취자들과 리더는 이 능력이 뛰어났다.

 

이상과 같은 셀프리더십 능력들은 가만히 보면 그 능력을 타인에게 적용시킬 때 그대로 조직리더십 능력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한 후에야 다른 사람에게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오래된 지혜와 다름 아닌 결론에 다다르는 것이다.

 

21세기는 발달한 정보통신기술과 글로벌 경제체제라는 환경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독특한 개성과 역량이 크게 부각되는 시대로 성숙해 가고 있다. 그런 속에서 셀프리더십은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면 21세기에는 셀프리더십만 남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셀프리더십은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셀프리더로서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고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데에는 개인적 비용이 따르고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따라서, 모든 인간이 이 선택을 좋아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전한 범위 내에서는 자율과 권한을 원하지만, 불확실성과 위험이 커질수록 능력 있는 지도자를 바라게 된다. 조직리더십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