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운전석에 앉아있기만 해도

 

안전한 교통>> 송교수의 知彼知己

벌써 2010년 한 해가 다 가고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송구영신하는 모임이 많아 정신이 없을 뿐 아니라 술까지 마셔 잘못하면 건강을 잃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모임 문화에 있어 술이 빠지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이왕 먹는 술 적당히, 보약처럼 마신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와 술이 함께하면 교통사고와 직결되어 귀중한 생명을 빼앗고 다치게 한다는 것 또한 명심하여 술을 마셨으면 절대로 운전석에 앉아서는 안 되겠다. 특히 운전석에서 술을 깨기 위해 시동을 걸어놓은 채 냉·난방까지 켜놓고 잠자는 행위는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몇가지 사례로 이러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보고자 한다.

A씨는 2010년 5월 21일 새벽 1시께 술에 취한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105%)로 2~3m 정도를 운전하다 단속받아 6월 25일 운전면허가 취소되어 제주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제주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박재현 수석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면허취소기준인 0.1%를 근소하게 초과해 음주측정기의 오차범위를 고려할 때 면허취소 기준치인 0.1%를 초과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주차된 차량을 똑바로 세우기 위해 약 2~3m 운전한 점과 어린 두 명의 자녀를 부양하고 있어 생계유지의 중요한 수단인 점 등 원고 측 사정의 '구체적' 고려 없이 운전면허취소기준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한 것은 재량의 범위를 넘어 위법하다」고 밝혀 A씨가 승소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운전자는 A씨와 똑같은 사유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B씨는 술에 취해 대리기사를 기다리던 중 추워서 차 안에 들어가 히터를 켜고 잠깐 잠들었는데 핸드브레이크와 기어를 잘못 건드려 자신도 모르게 차가 굴러가 도로가에 주차된 남의 빈 차를 들이받았다.
운전할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잘못 건드려 핸드브레이크가 풀려 차가 굴러가 사고가 난 것이다.

과연 [사례 2]의 행위는 음주운전인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보기 바란다.
먼저 위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아래에 언급될 몇 가지 정의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운전」이란 「도로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을 포함한다)」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을 여닫는 행위와 주차브레이크를 조작하고 경음기를 울리는 행위는 운전에 해당한다. 하지만 운전면허시험장이나, 운전학원 실습장 등 도로가 아닌 곳에서의 운전이나 신체장애자용의자차 및 유모차 등 차마가 아닌 것을 타고 가는 행위, 이륜차나 자전거를 끌고 가는 행위와 같이 본래의 사용 방법이 아닌 것은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운전에 관한 3가지 학설
고유장치설 - 자동차의 용도에 따라 그 구조상 설비되어있는 각종 장치를 각각의 장치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설(통설)
시동설 - 자동차의 엔진에 시동이 걸려있는 상태만 운전이라는 설(너무 좁게 해석)
차고지출입설 - 차고에서 나와 차고에 들어갈 때까지 도로 상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는 모두 운전으로 보는 설
(너무 넓게 해석)

음주운전이란 음주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으로 입에 술을 갖다 대기만 해도 음주운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취운전이란 도로교통법 제44조 제4항에서 규정한 주취의 한계(혈중알코올농도 0.05%)를 넘은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단지, 술 냄새가 난다는 것만으로는 주취의 한계인 0.05%를 넘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관은 운전자가 술 마신 것이 인정될 때는 호흡 조사에 의해 음주를 측정할 수 있으며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운전자의 동의를 얻어 혈액 채취 방법 등으로 측정할 수 있다.
만일 술을 마시고 시간이 많이 지났을 때는 위드마크공식으로 음주량을 계산할 수 있다.

＊위드마크(Widmark) 공식
음주운전하다 사고가 났을 때 사고처리, 뺑소니 등으로 사고 난 후 시간이 많이 지나 운전자가 술이 깨어버렸거나 주취의 한계인 0.05% 이하인 경우 등에 사고 후 측정한 음주측정치로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방법.
독일계 스페인인인 위드마크가 1930년에 창안한 공식으로 우리나라는 89년 이후 경찰에서 교통사고처리에 적용해 오고 있다.
위드마크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시간당 0.015%씩 감소한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석에 앉아 있다는 것은 운전으로 볼 수 있어 단속받을 수 있으며 주취의 한계인 0.05% 이상의 술을 마시고 운전했을 때만 교통사고가 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여 술을 입에 댔다면 운전석에 앉지 않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운전자와 가족 그리고 주위 친구들의 도움도 있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술 한 잔 마시고 뭐 그래?”
“그 정도 쯤이야 괜찮은 것 아니야?” 하면서 운전을 부추겨서도 안 되지만 운전하지 못하도록 말리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한 해 동안 운전자 여러분은 2010년이라는 무대 위에서 주연 배우로, 아니면 조연 배우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가정과 직장,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했는지 되돌아보며 다가오는 새해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계획하고 생각해보는 명상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 다가오는 새해 2011년도에도 안전운전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 글 : 도로교통공단 송남기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