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슬픔을 버리다 - 마경덕

Joyfule 2005. 8. 12. 02:14
      슬픔을 버리다 - 마경덕
      
      나는 중독자였다
      끊을 수 있으면 끊어봐라, 사랑이 큰소리쳤다
      네 이름에 걸려 번번이 넘어졌다
      공인된 마약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문 앞에서 서성이다 어두운 골목을 걸어 나오면
      목덜미로 빗물이 흘렀다
      전봇대를 껴안고 소리쳤지만
      빗소리가 나를 지워버렸다
      늘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너를 만지다가
      아득한 슬픔에 털썩, 무릎을 끓기도 했다
      밤새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 데도 닿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너에게 감염된 그때, 스무 살이었고
      한 묶음의 편지를 찢었고
      버릴 데 없는 슬픔을 내 몸에 버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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