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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論 - 마경덕

Joyfule 2007. 1. 25. 00:40

    신발論 -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무더기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는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세계일보 2003년 신춘문예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