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뻘 배에 삶을 싣고 - 김연옥
해무가 깔린 썰물의 끝자락
혹독한 갯바람에 맞서
날마다 새로운 꿈이 잉태되는
갯벌의 덧문을 흔들어본다
동공에 바닷물이 출렁이는
핏발선 눈을 비비며
갯것들이 그려놓은 해독할 수 없는
암호 문자를 뻘 배로 밀며
이골이 난 삶의 흔적을 그어댄다
욕창이 짓누르듯 숨 가쁜 뻘 배질로
꼬막을 흝으며 또 하루가 저물고
얼음갑옷이 된 몸을 장작불에 녹이며
촘촘히 꿰매는 굽어진 관절의 기억들
청동색으로 녹이 슨 설음의 때가
또 한 갈피 뼈처럼 자라지만
수매가 끝난 빈 함지박속에
철철 넘치는 행복을 어루 만지며
꼬막 껍데기 고랑보다 더 깊게 패인
뻘 묻은 주름살 위에 웃음이 번져
하얀 이가 보석처럼 눈부시다
*트리톤의 소라나팔 소리도 아득한 노을녘에
* 트리톤-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
늘 소라나팔을 불며 파도를 다스린다
- 벌교 개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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