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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성공의 진짜 비결

Joyfule 2024. 4. 25. 20:05

 

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성공의 진짜 비결  

 

사업을 하면서 갑자기 부자가 된 고교 동창이 있다. 그의 고급 별장에 동창들을 초대하기도 하고 사업이 어려운 친구에게 큰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기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학문을 하는 친구들의 연구비도 지원하고 사회단체에도 큰돈을 기부하곤 했다. 고등학교시절 그와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나는 자그마하던 그가 그냥 모범생이었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공인회계사가 되어 대형로펌에 고용되어 일한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어느 날 그가 나의 사무실로 놀러 왔다. 격의없이 다가가는 성격 같았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내가 호기심으로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부자가 됐어?”​

그가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로펌에 근무할 때였는데 어느 날 저녁 수수해 보이는 미국인 한명이 상담을 하러 왔어.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상담을 해주겠다는 변호사가 없더라구. 그래서 내가 대신 설명하면서 친절하게 대해줬지. 그랬더니 나한테 호감이 생겼나봐. 자기 회사에서 제작하는 전자부품을 수입할 의사가 없느냐고 묻더라구. 독점 대리권을 주겠다고 하는 거야. 자기네 제품은 우주선에서도 사용되는 특허를 받은 거라고 해. 난 거절했지. 숫자만 가지고 놀던 놈이 내 팔자에 어떻게 회사를 하겠어. 그 다음해인가 뉴욕에 출장을 갔는데 맨해튼 거리에서 우연히 그 미국인을 또 만난 거야. 그 사람이 한국에 왔을 때 꽤나 고마웠던지 내게 밥을 사면서 또 나보고 자기네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하라고 권유하더라고. 이상하게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변했어.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지. 다니던 로펌을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는데 이렇게 벼락부자가 될 줄은 몰랐지. 나도 얼떨떨해. 결국 팔자가 변하는 건 작은 인간관계가 원인이었어.” ​

“회사를 차리고 고생은 안했어?”​

“처음에는 을의 입장에서 갑인 전자회사 임원들을 찾아가 내 제품을 구매해 달라고 사정했지. 그런데 갑을의 위치가 바뀐거야. 어느 날부터 내가 수입한 부품이 들어가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만들 수가 없게 된 거야. 내가 그 부품을 수입하는 독점 대리권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전자회사들이 선금을 내놓고 사정을 하는 거야. 나하고 인간관계를 맺은 그 미국인은 한국의 다른 전자회사에는 절대로 직접 그 부품을 팔지 않는다고 약속했어. 모든 기업이 망해가는 IMF외환위기때 나는 돈벼락을 맞았지. 창고에 있는 부품들 가격이 두배 세배 막오르지 환율이 오르지 은행 이자율도 높지 하루에도 가만히 앉아서 수십억원씩을 벌었어.”​

그는 내게 밥은 관계에서 나온다고 자신의 철학을 말해 주었다.​

갑자기 장관이 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정치와 관련이 없었다. 그렇다고 대통령과 어떤 인연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내가 그에게 어떻게 장관이 됐느냐고 물었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모르는 분이 대통령한테 장관으로 나를 추천했다는 거야. 아마 나를 좋게 보았던 모양이야.”​

장관이 된 그 친구는 오랜 관료 생활을 해오면서 인간관계를 잘 맺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이었다. 어려서 부터의 동네 친구가 나를 중간 다리 삼아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던 그를 찾아갔었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던 그 친구가 어떻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성의를 다하는지 눈물겹도록 고마웠다는 것이다. 밥이라도 꼭 한번 사고 싶은데 거절하더라는 것이었다. 장관이 된 그 친구는 평생 공무원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성실하고 친절하게 대했다. 그렇다고 선을 넘는 무리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일이 안 되더라도 누구에게나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게 배려하는 성품이었다. 그런 인간관계가 그를 장관으로 만든 것 같았다.​

몇년 전 한 식사 모임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높은 자리나 힘 있는 자리에 있던 분들이었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금세 부드러워졌다. 언론사 사장 출신인 분은 그곳에 온 사람들을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사람마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칭찬을 하면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몸에 밴 것 같았다. 서로가 별개이고 사고방식이 다른데도 다가서서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게 그들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 ​

나도 많은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고 생각이 달랐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어쩐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이 어색했다. 친구와 만나는 약속 장소에 먼저 갔다가 역시 그곳에 초대된 모르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할 때의 어색함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런 때 다가서지 못하고 외면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오해를 받기도 했다.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간단한 것 같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겸손한 모습으로 다가가 존중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그게 성공으로 가는 길이었다. 나 혼자 하는 공부나 개인적인 능력은 기초과정에 불과하다는 걸 나이 들고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