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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Joyfule 2021. 8. 9. 02:18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39. 강간, 남의 일이 아니다
할머니가 떡판을 머리에 이고 고개를 넘어가는데 호랑이가 나타났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할머니는 떡을 주었다. 
다음 고개를 넘어가는데 호랑이가 또 나타났다. 
이번에도 호랑이는 떡을 물고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호랑이는 계속 나타나 할머니의 떡을 다 먹었다. 
그러자 호랑이가 말했다. 
저고리 벗어주면 안 잡아먹지! 
치마 벗어주면 안 잡아먹지! 
X X 벗어주면 안 잡아먹지! 
여권이 신장되고 있다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늘어나는 것이 바로 강간이다. 
더 더러운 범죄는 사람이 살고 있는 한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사회적으로 별 뽀족한 대책이 없다는데 있다. 
결국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여자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하는 수밖에는 약이 없는 것이다. 
강간은 유형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되는데 우선 가장 충격적이고 치명적인 것은
(이 분류는 내가  편의상 한 것일 뿐 강간의 피해에 경중을 둔 것은 아니다) 
범죄자들이 우발적이거나 계획적인 모의로 생면부지의 여자를 덮치는 것. 
이 경우는 심야에 한적한 곳에서 당하기 쉬운데 요즘 특히 위험한 인간은 집 나온 비행 청소년들이다. 
이 놈들은 이판사판  개차반이라 나 같은 정의의 사나이도 걸리면 간다. 
하물며 야심한 시간에 혼자 집에 가는 여자야 차려놓은 밥상이다. 
내가 아는 놈의 증언에 따르면(얘도 한때는 그 중의 하나였다) 
고교 재학 시절 못된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그 짓거리를 하고 다녔는데, 
여자가  걸리면 일단 근처 공사장이나 야산으로 끌고 간다는 것이다. 
가서는 차마 필설로 옮길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고 유유히 사라진다고 했다. 
그 시간에 집에 가는 애들이야 뻔하잖아요. 
이 자식의 말은 어폐가 있긴 하지만 늦은 시간에 집에 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불가피하게 귀가가 늦을 때는 집에 전화를 걸어 마중을 나오게 하라. 
너무 늦어서 곤란하다면 직장동료나 애인을 동반하자. 
정 어려우면 모범택시를 타고 집 코앞까지 가는 게 돈 버는 일이다. 
괜히 가스총이네 호루라기네 사서 폼 재봐야 말짱 헛일이다. 
범인들이 그런 거 무서워했다면 우리나라에 범죄는 없다. 
이 나라는 사람 살려! 아무리 외쳐도 누구 하나 쳐다보지도 않는다. 
가봐야 깨지거든. 
이처럼 혹시 강간의 위험에 직면하게 됐을 경우, 좀 어렵겠지만 한 술 더 떠라. 
지금 생리 중이라거나, 
그러지 말고 여관에 가서 화끈하게 하자고 해서 일단 위기를 모면하는 게 급선무다. 
이럴 때 쪽 팔리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이 살고 봐야지. 
어쩌다 경찰을 만났어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경찰도 남자다. 
다음으로, 진짜 문제가 되는 건 이른바 데이트 강간.  
강간의 대부분이 아는 사람에게 당한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여자는 꿈도 꾸지 않았는데 이 새끼가 갑자기 짐승으로 변해 나를 덮치면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그러므로 아무리 애인이라고 해도 안심할 일이 아니다. 
둘만의 호젓한 공간은 아예 만들지 말고 밀폐된 방이나 사무실도 금물이다. 
남자의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썰렁한 얘기를 꺼내 그의 성욕에 찬물을 끼얹으라. 
여자가 이 순간에 망설이는 것은 괜히 과민반응을 보였다가 
촌스럽게 왜 이래! 소리를 듣기 싫어서인데 강간을 당하는 것보다 촌년이 되는 게 훨씬 낫다. 
그리고 어떤 인연으로 알게 되었든 동생뻘된다고 안심하거나 
저보다 나이 많다고 염려 놓으면 안된다. 
남자는 틈만 나면 그 생각 밖에 안하므로 
언제든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말할 때마다 확실한 애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남자란 임자가 있는 몸이라면 쩝쩝 입맛을 다시며 물러서는 동물이다. 
나도 남자면서 남자는 모두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