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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38. 병원에 가기 전에

Joyfule 2021. 8. 6. 04:59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38. 병원에 가기 전에
이 지구상에 병원을 즐겨 가는 사람은 없다. 
아파도 약 먹고 개길만큼 개기다가 죽을 지경이 돼서야 가는 게 병원 아닌가. 
나도 당장 병원에 가봐야 하는데 지금 이러고 있다.  
아직 견딜 만하니까. 
그렇다고 병원 가지 말라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가기 전에 몇 가지 알고나 가라는 것이다. 
의료보험이 된다고 해도 병원은 일단 갔다 하면 돈이다. 
감기 같은 간단한 질병이야 아예 일찍 병원에 가는 게 약값보다 싸게 먹히지만, 
웬지 어디가 이상하다 싶어 가면 무슨 검사가 그리 많은지 
피뽑고 오줌 검사하고 엑스레이 찍고 내시경 검사한다고 덤벼드는 게 병원이다. 
웬만한 검사는 보험 적용이 안 되므로 수익을 높이려는 병원은 
환자만 보면 이것저것 검사하자고 달겨드는데 가만 내버려두면 
아마 뇌파검사까지 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의사가 하라면 꼼짝없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열 받는 일은 죽자고 검사받아 오라는 날 가서 결과를 들어보면 아무 이상 없다는 거다. 
본전 생각하면 어디 이상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지. 
아무튼 병원은 안 가는 게 제일 좋지만 가게 되면 뭘 좀 알고 가야 한다. 
우선 평소에 간단한 의학 상식은 챙겨두고 살자. 
한 번은 내 딸내미가 한밤중에 열이 펄펄 끓어 허겁지겁 병원 응급실로 쫓아갔더니 
인턴이 쓱 쳐다보고는 미지근한 물 한 대야 갖다주고는 수건으로 온몸을 슬슬 문질러주라는 거다. 
말하자면 주사나 약 대신 간단한 방법으로 체온을 내리는 것이다. 
나는 공연히 울화가 치밀어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진작 그런 방법을 알고 있었더라면 잠 못 자고 달밤에 체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책방에 가면 건강코너에 의학상식과 관련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비상시 응급처치 요령, 민간요법 등이 그것인데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전문서적 코너에 가 의학서적을 뒤져라. 
배가 자주 아픈 사람은 누워서 여기저기 찔러보는데 
명치 근처가 아픈 사람은 위에 이상이 있는 거고, 
아랫배를 눌러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 싶으면 
장(창자)에서 이상발효가 있는 것이니 끼니는 거르지 말되 가벼운 운동을 하자. 
여자들에게는 변비가 많다. 
아주 심하면 병원에 가야 하지만 어지간하면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도 다이어트한다고 적게 먹을 게 아니라 배가 좀 부르다 싶게 먹어야 배변에 좋다. 
변비약은 먹지 말것. 
이건 편법인데 시중에는 장을 청소하는 약이 있다. 
이걸 사 먹으려면 비싸니까 먹는 사람이 있으면 얻어 먹거나 여럿이 돈을 모아 사서 나눠 먹는데 
단, 이 약은 맣이 먹으면 영양실조에 걸릴 우려가 있으니 조심한다. 
몸살이 났을 때는 더 심해지기 전에 잽싸게 병원에 가라. 
금방 나으려니 하고 미련하게 고생만 하다 결국 못 견디고 
나중에야 병원에 가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약값만 버리는 짓이다. 
생리가 불순한 사람이라면 미안한 얘기지만 경구 피임약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 
피임약은 피임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생리주기를 조절해 주는 역할도 한다. 
만약 병원에 갈 일이 생긴다면 종합병원은 가지 마라. 
접수하는데, 또 기다리는데 드는 시간도 손해이지만 
진료비도 일반 의원보다 비싸므로 이중으로 낭비하는 짓이다. 
내과의원을 찾아가는데, 정 못미더우면 
시중에는 실력있다는 곳이 더러 있으므로 여거저기 수소문해서 알아보라. 
진찰을 받을 때는 자신의 증세를 꼼꼼하게 일러주면 의사에게 큰 도움이 된다. 
병원에 가기 전에 자신의 상태를 면밀하게 체크해 이를 알려주는 것이 
의료낭비를 막는 방법이 된다. 
가서 막연히 배가 아파요~ 어지러워요~하는 소리만 하면 
의사는 정보가 전혀 없으므로 온갖 검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