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는 아닌데, 걍 파일 정리하다 나온 김에 묶어서 올립니다.
디자인 하는 사람 중에 인형집 관련해서 기획하는 사람이 있던데, 한국에선 당분간 히트할 수 없는 분야라더군요. 책이든 뭐든 관련상품 모두 외국쪽이 너무 발달해서. 인형집 중에서 최고봉은 영국 조지5세의 메리왕비의 인형집입니다.
인형을 만들어 넣은 건 아닌 거 같던데, 속에 든 가구나 물건 하나하나가 모두 특별제작된 진짜라는 점에서 희귀하죠. 왕비의 자선행사를 위해 특별제작된 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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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진에 나오는 시계, 샹들리에는 실제로 작동하고, 진짜 실크벽지, 카펫도 초소형으로 특별제작한 진짜 카펫, 책도 진짜로 펼쳐서 읽을 수 있는 진짜, 벽에 걸린 그림도 화가들이 진짜로 그린 미니어쳐, 천정의 금박이나 가구, 바닥의 원목이나 대리석, 도자기도 모두 진짜로 소형제작한 거고 술병도 내용물은 각각 라벨에 다 맞는 진짜 술, 변기 물도 진짜로 내릴 수 있고 등등.
당시 성황리에 전시했고 지금도 윈저성인가 어딘가에 전시 중이랍디다.
![]() ![]() 이런 거 제작되게 할 정도로 메리왕비는 물건에 관심과 조예가 깊었습니다. 일례로 당시 귀족들 집을 방문해서 특별히 어떤 물건을 아주 대놓고 칭찬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답디다. 집주인이 감 잡고 선물로 곧 드리면 별 문제 없는데, 소식이 없으면 시종을 보내서 받아오도록 했답디다. ㅎㅎㅎ 그런데 그런 물건들 거개가 다 한참 전, 어떤 건 몇 세대전에 왕실에서 외부에 대여했다든가 그런 게 반환이 안 되고 바깥세상에 떠돌던 거들이더라 이거죠. 그만큼 물건 보는 안목과 지식이 깊고, 일처리가 체계적인 양반이라 이거죠. 영국 왕실의 귀중품 컬렉션을 정비한 분이랍디다.
이런 성격이 배양된 건 성장환경 덕인 듯. 어머니가 빅토리아 여왕의 친사촌이라는 왕족 신분이었지만, 아버지 재산이 적다 보니 한때는 빚쟁이들 피해서 가족이 몽땅 유럽으로 도망가서 친척들 집을 이리저리 떠돌며 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장녀로서 어머니의 비서 노릇하며 집안 살림 꾸려가고, 유럽 전역의 친척들 집에서 다양한 문화, 물건을 접하면서 사무처리, 책임감, 물건 보는 안목이 아주 철저해진 거죠.
좀 있다가 빅토리아 여왕의 배려로 영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빅토리아 여왕이 이 조카딸의 성격을 눈여겨 보고 맏손자의 배필로 낙점하신 겝니다.
좀 거슬러 올라가면 빅토리아 여왕은 메리 왕비의 모친인 자기 사촌의 결혼도 주선해주었거든요. 메리 왕비의 모친은 젊을 때부터 대충 이렇게 생긴 분. ![]()
덤으로 지참금이랄 것도 별로 없어서 왕족 중에 신랑감이 없어 노처녀로 늙고 있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평생의 취미인 중매기술을 발휘해서 이 33살 먹은 사촌 신랑감으로 독일 왕족, 그것도 4살 연하를 찾아줍니다. (내가 주위에 노처녀 딸 둔 부모들한테 희망을 주고 싶을 때 이 얘기 꼭 합니다 ㅎㅎ)
아버지 신분을 물려받을 수 없어 외국으로 진출해야 하는 그런 왕자들 중 하나였던 거죠.
모녀가 대를 이어 빅토리아 여왕의 중매 덕을 지는데, 사실 이 모녀 입장에서야 하나도 싫을 게 빅토리아 여왕으로서도 외교관계가 날로 복잡해지니 혼사하기 부담 없는 유럽왕족 찾아내기
그런데 여왕의 맏손자와 메리가 약혼하고 얼마 못 가서 신랑감이 독감으로 덜컥 죽습니다.
맏손자를 잃은 거도 힘들지만, 완벽한 영국 왕비감으로 메리를 찍어놓으셨던 철혈 여왕님은
적절한 약혼기간을 거쳐 치뤄진 결혼식 그림 ![]()
둘째손자도 실연의 아픔을 맛본지 얼마 안 되었는데 (사촌이 청혼을 걷어차고 루마니아 왕비
비록 나중에는 왕이 병석에 눕고, 아들들 중 맏이는 미국 유부녀에 미쳐서 왕위를 버리고,
장남 윈저공을 왕실 행사에 들이지 말도록 한 것도 이 분이었고, (지금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님의 아버지가 될) 수줍은 차남을 계속 딱지 놓던
한편, 뼛속까지 어마어마하게 왕족스러운 분이기도 했답디다. 2차대전 중에 아들 국왕부부는 런던을 지켰지만, 모후는 일단 시골로 피하시라고 강권해서 친정조카딸네 저택으로 갔는데, 국왕모후시다 보니까 시종만 50명도 넘고 모후의 개인 물품만도 트렁크가 끝이 없을 지경이라 그 저택이 실질적으로 전쟁 끝날 때까지 7년간 가족침실 빼고는 전부 모후 일행에게 점령당한 판이었는데, 그 집 식구들은 불평 한 마디 감히 못 하고, 오히려 모후 시종들이 집이 너무 좁다고 불평할 정도. ㅎㅎㅎ
그 판국에 모후는 길 가다 군인만 보면 무조건 차 태워주고, 조카딸네 저택 바깥에 담쟁이 덩굴 보기 싫다고 다 걷어내라고 지시하고. ㅎㅎㅎ 공주랑 완두콩 침대가 어쩌고가 농담이 아니죠. ㅎㅎㅎ
이렇게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모순 같은 점은 친척관계로 오면 진짜 복잡해집니다. 이보다 이전에 1차대전 시기에는 왕비로서 모범적으로 전쟁 중의 의무를 수행했지만, 한편으로는 일찌기 독일로 시집 간 (왕실 자체가 독일계에다 걸맞는 신교도 배필감 찾으려면 독일의 수많은 작은 왕국이 제일이었으니 ㅎㅎㅎ) 사랑하는 늙으신 이모님께 평소 해오던 습관대로 매주 편지를 썼다고 한다. ㅎㅎㅎ 서로 적국이던 영국왕비와 독일 대공비와의 편지 교환은 중간에 있던 친척인 스웨덴 황태자비가 ( 빅토리아 여왕의 손녀, 즉 메리 왕비의 사촌시누이) 책임졌단다. ㅎㅎㅎ 영어로 썼을까, 독일어로 썼을까? ㅎㅎㅎ
노년에 병약한 국왕이던 차남이 죽고 손녀 엘리자베스 가 즉위하기 전, 병석에 눕자 자기가 죽어도 대관식은 의식없이 누워 있는 거처럼 보여서 시의가 진찰을 마치고 그냥 나가려고 하자
그래도 병석에서 시녀한테 이런 말도 했답디다.
명실상부하게 영국 왕실 최후의 왕족적인 왕비로 꼽히는 양반이라 재미있습디다.
Solomon 작 초상화 (내셔널 포트리트 갤러리 소장)
그 밑의 그림은 레이버리 작. 테이트 갤러리 행사 참석한 국왕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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