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을 위한 ━━/세상보기

반기문 유엔총장 취임 이모저모···'내 별명은 미끄러운 뱀장어' 폭소 자아내

Joyfule 2006. 12. 17. 01:38

반기문 유엔총장 취임 이모저모···'내 별명은 미끄러운 뱀장어' 폭소 자아내

Photo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유엔본부에서 192개 국가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반 총장은 오는 1월1일부터 정식으로 업무를 보게 된다.

 
[사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임 선서 [연합]


반기문 유엔 차기 사무총장이 15일 새벽(한국시간)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뉴욕=연합뉴스)

 

역사적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취임 선서식이 열린 14일 뉴욕 맨해튼 유엔 본부에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모여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다음은 반 총장의 취임선서식과 기자회견에서 일어난 각종 에피소드들이다.

"기름장어 언론과 친해 생긴 별명"

○…반 총장은 취임 선서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장에서 "내 별명이 미끄러운 뱀장어인 것은 언론이랑 너무 친해 생긴 것"이라며 "그런 말을 듣기에 나는 너무 멋지다(too charming)"라고 말해 기자들을 웃겼다.

그는 세계 각국의 취재진으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았지만 별명에 걸맞게 미묘한 사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면서도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는 노련미를 과시했다.

전에 없는 "유엔헌장에 손 얹고 선서"

○…반 차기총장의 이날 취임선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됐다. 아난 사무총장 때까지는 종교적 함의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차기 사무총장이 손도 들지 않고 유엔 헌장도 없이 차려자세로 취임선서문을 낭독했다. 반 차기총장은 그러나 취임선서를 위해 마련한 유엔헌장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을 든 자세로 취임선서를 낭독 유엔 사무총장 취임선서식의 새로운 전례를 만들었다.

한국 100여명 참석 북측은 4명

○…이날 취임선서식에는 증인으로 총회 연단에 오른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과 유엔 대사를 지낸 박수길 유엔 한국협회 명예회장 서주석 유엔 사무총장 추진 범정부 태스크포스팀 의장 등을 비롯 뉴욕지역 한인단체장 등 반 차기총장 측이 초청한 100여명이 참석 한국인 사무총장 탄생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북한 측에서는 이례적으로 김창국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등 4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캐나다 프랑스어는 나도 몰라"

○…이날 캐나다 방송사의 한 기자는 반 총장에게 "유엔내에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총 6개 공식 언어가 있는데 이중 영어와 프랑스어만이 공식 행사에 쓰이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프랑스어로 답변해달라"고 프랑스어로 요구했다.

반 총장은 잠시 당황하며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질문을 한 번 더 말해주겠느냐"고 되물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 영국 기자가 이 캐나다 기자의 프랑스어 실력이 "정통 프랑스어가 아니라 전형적인 퀘벡 프랑스어"라며 "나도 잘 알아듣기 어렵다"고 반기문 총장을 두둔했다. 한 마디로 '사투리'를 썼기 때문에 알아듣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설 대비 "식수 많이 준비하라"

○…반 차기총장은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6시 전에 일어나 취임선서와 연설 기자회견에 대한 구상을 한 뒤 8시20분 유엔본부 옆에 있는 인수팀 사무실에 도착했다. 반 차기총장은 9시40분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총회장에 입장 방청석에서 아난 총장의 이임식을 지켜봤다.

반 차기총장은 총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임식이 길어질 것을 예상 연설을 앞두고 목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식수를 많이 준비하도록 지시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