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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속으로 - 신영조

Joyfule 2007. 9. 3. 07:09
 
    오후 속으로 - 신영조 수도꼭지에서 느슨하게 시간이 끊어진다 국시가 눈꼽에 붙어 불어 터진다 지금부터 세 시간은 뱃속에서 든든한 삶이다 혀가 숟가락보다 길어져 말하지 않아도 배부르다 빗방울이 내 눈동자 속으로 슬그머니 걸어온다 찌짐 굽는 소리가 오후 속으로 익는다 뜨뜻한 아랫목이 흐뭇하게 웃고 있다 바람이 빈 그릇 속에 웅크리고 앉아 졸고 있다 파리도 날지 않고 오후 속으로 납작하게 눌어붙는다 햇살이 창문에 걸려 서서히 넘어진다 개 불알이 축축 늘어진다 오후 속으로 기댄 모든 것은 침묵하는 수사修士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