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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 콤플렉스, 신데렐라 판타지 깨기

Joyfule 2018. 3. 7. 00:17

 

 


‘온달 콤플렉스, 신데렐라 판타지’ 깨기

-최환호(진주혜광학교 교장) 
 

‘결혼 한 방 부루스’를 아시는지. 결혼 한 방에 부(富)를 왕창 얻으려는 현대판 신데렐라들이 극성이란다.

오로지 돈을 보고 연애하고 결혼하는 여성들, 즉 ‘골드 디거(gold digger)’가 늘어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관련 비즈니스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시쳇말로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하는 효과적 방법 전수를 위한 강연이 미국의 경우 시간당 한화 50만원인 데도 대단한 인기란다.

게다가 영미권 서점에 쏟아져 나온 책 제목 또한 가관이다. ‘골드디거 가이드’, ‘억만장자와 결혼하는 방법’ 등등. 이런 책들이 최근 3년 동안 봇물 터지듯 발간됐다.


이 사태에 대해 16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가 진작 예언했었다.

그의 4행시를 잠깐 보자.

   ‘금과 은 대신에

   대량의 크레디트(CREDIT)가 넘치리라.

   그것은 거센 욕망을 부채질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장님으로 만든다.’

 

400여 년 전의 사람이 미래의 사회 병리를 이렇듯 내다보다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기실 신데렐라 판타지의 원조는 프랑스의 동화작가 C.페로의 작품이지만,

유럽에서만도 500여 점의 비슷한 얘기를 비롯하여 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많이 퍼져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문헌으로는 9세기 때 중국의 ‘유양잡조(酉陽雜俎)’가 있으며,

한국에도 ‘콩쥐팥쥐’가 있을 정도로 동서고금을 통해 돈에 올인하려는 인간들의 갈구는

그 생명력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한국드라마 사상 깨지지 않는 불문율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백마 탄 왕자와 짝짓기하는 ‘신데렐라 만들기’다.

 ‘신데렐라 판타지’는 결코 평범한 사람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기주와 태영 같은 커플이 탄생할 확률이

로또 1등 당첨 확률의 2분의 1, 즉 실현가능성이 1600만분의 1이니 꿈 깨는 게 상책이다.

 

얼마 전 1000억원대의 60대 자영업자가

외국 유학과 사회활동 때문에 혼기를 놓친 딸의 신랑감을 구한다는 광고를

모 결혼정보 업체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더니 국내외에서 응모자가 쇄도하는 바람에

혼비백산하여 이틀 만에 창구를 닫아 버렸다.

그런데도 어디 내놓아도 빠지질 않을 잘난 온달들끼리의 경쟁률이 무려 270:1이었다.

권보드래(‘연애의 시대’)의 표현대로 혁명의 가능성이 사라지니

섹스의 테크닉에서만 혁명을 추구하는 꼴이 된 걸까.

하지만 초월을 ‘삶의 갱신’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연애는 들어가는 에너지에 비해

남는 게 별로 없는 장사라는 게 픽업아티스트(연애선수)들의 결론이다.

결국 ‘온달 콤플렉스’나 ‘신데렐라 판타지’는 허구일 수밖에 없음에도 그 바이러스는 시나브로 확산 추세다.

 

최근 일본청소년연구소가 한·미·일·중 4개국 고교생 1000~1500명씩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부자가 되는 게 성공한 인생이며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떤 수단을 써도 괜찮다’고 답한 한국 학생이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해 훨씬 많았다.

미래 꿈나무들이 뭘 하더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에 영혼을 점령당했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적색경보 등을 녹색안전 등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과 어른들이

세상엔 돈보다 귀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 있음을 땀과 실천으로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행복이 바로 답이다.

우리 속담에 ‘행복은 돈 주고 살 수 없다’고 했다.

오래 전 미국에서 실시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고액의 로또복권 당첨자 집단과

교통사고나 전쟁 부상에 의해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들의 집단,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을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했더니

현 시점에서의 행복감은 세 그룹이 별 차이가 없었다는 거다.

 

세계 행복연구의 결론,

‘행복은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존재의 개념으로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찾는 게 우선이다.’

문득 성철스님의 법어가 생각난다.

‘자기를 속이지 말그래이’(不欺自心).

스님은 스스로에게 엄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켜 행복을 찾으라는 가르침을 우매한 중생에게 준 것이다.

하여 성철스님 버전으로 한마디,

 ‘니 꼬라지를 알그래이.’

 

토요마당
최환호 - 진주혜광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