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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月光)으로 짠 병실(病室) * 박영희

Joyfule 2006. 1. 14. 01:19
 
      월광(月光)으로 짠 병실(病室) * 박영희 밤은 깊이도 모르는 어둠 속으로 끊임없이 구르고 또 빠져서 갈 때 어둠 속에 낯을 가린 미풍(微風)의 한숨은 갈 바를 몰라서 애꿎은 사람의 마음만 부질없이도 미치게 흔들어 놓도다. 가장 아름답던 달님의 마음이 이 때이면 남몰래 앓고 서 있다. 근심스럽게도 한발 한발 걸어오르는 달님의 정맥혈(靜脈血)로 짠 면사(面絲) 속으로 나오는 병(病)든 얼굴에 말 못하는 근심의 빛이 흐를 때, 갈 바를 모르는 나의 헤매는 마음은 부질없이도 그를 사모(思慕)하도다. 가장 아름답던 나의 쓸쓸한 마음은 이 때로부터 병들기 비롯한 때이다. 달빛이 가장 거리낌없이 흐르는 넓은 바닷가 모래 위에다 나는 내 아픈 마음을 쉬게 하려고 조그만 병실(病室)을 만들려 하여 달빛으로 쉬지 않고 쌓고 있도다. 가장 어린애같이 빈 나의 마음은 이 때에 처음으로 무서움을 알았다. 한숨과 눈물과 후회와 분노로 앓는 내 마음의 임종(臨終)이 끝나려 할 때 내 병실로는 어여쁜 세 처녀가 들어오면서 당신의 앓는 가슴 위에 우리의 손을 대라고 달님이 우리를 보냈나이다 . 이 때로부터 나의 마음에 감추어 두었던 희고 흰 사랑에 피가 묻음을 알았도다. 나는 고마워서 그 처녀들의 이름을 물을 때 나는 '슬픔'이라 하나이다. 나는 '두려움'이라 하나이다. 나는 '안일(安逸)'이라고 부르나이다 . 그들의 손은 아픈 내 가슴 위에 고요히 닿도다. 이 때로부터 내 마음이 미치게 된 것이 끝없이 고치지 못하는 병이 되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