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 자꾸 느니까 걱정이 된 남편은 조깅을 시작했다.
매서운 혹한인데도 불구하고 조깅에 나섰는데 그 차림이 가관이었다.
그는 긴 내의에다 스웻 슈트 그리고 타월 천의 팬티를 입었다.
거기다 셔츠 두 장에다 트레이닝복을 껴입고 그 위에 나일론 방풍복을 걸쳤다.
그리고 털모자에 큼지막한 털 귀마개까지 하고 있었다.
"이거 보세요.
그렇게 껴입고 달리기를 하면 좀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겠어요 ?”
하고 내가 물었다.
“내가 지금 신경을 쓰는 것은 뛸 때 모습이 어떠냐가 아냐." 남편이 대답했다.
"지쳐서 서 있을 때 모습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지"
나는 10대 때부터 골초였으나 내가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게
어느 날 갑자기 담배를 끊게 되었다.
그러자 갑자기 체중이 불어나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가 멋적게 되었다.
친구가 혹시 용케 담배를 끊었다고 칭찬이라도 하면 나는
“하지만 이렇게 몸이 나는 것 좀 보라구”
하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나한테 던진 대답은 언제나 내가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정진 말이었다.
“이것 봐. 그런 걸 가지고 뭘 걱정을 하나?
대신 자네는 그 몸무게를 뺄 시간을 가질 만큼 수명이 늘지 않았나 ?”
주말치고는 유난히 정신을 못 차리게 바쁜 주말이었다.
그래서 집안 일은 월요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마침 의자에 몸을 도사리고 앉아 책을 보려고 하는데
옛 친구들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볼 일이 있어 왔는데 우리 집에 잠깐 들르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허겁지겁 서둘러서 먼지도 털고 진공 청소기로 청소를 하는 등 부산을 떨어야 했다.
급히 서둘렀는데도 부엌을 치우려고 할 때쯤에는
친구들이 당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급한 대로 설것이도 하지 않은 더러운 접시들을 모아다
오븐 속에 처넣고 나니 초인종이 울렸다.
옛 친구들이 손에 냉동 피자를 들고 문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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