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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세요 - 이시하

Joyfule 2006. 7. 16. 09:26




 
    자전거를 타세요 - 이시하 가난한 아부지, 당신 눈속엔 꿈이 없어요. 막막하고 조용한 방죽 속, 병든 붕어 같은 당신이 애틋하여 결핵 걸린 조그만 딸은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으며 방직공장엘 나가요. 폐병쟁이란 걸 들키지 않으려 기침도 마음 놓고 못하는데, 기침이 시작되면 재빨리 사람들 틈을 벗어나야 하는데, 배에 힘을 주고 숨을 멈춘 채 기침이 잦아들길 기다려야 하는데, 아버지, 당신은 오늘도 술이 술술 넘어가 좋다셔요. 월급을 탔어요, 아버지. 나팔꽃같이 환해져선 잠시 웃었어요 나팔꽃은 참 빨리 시들어요, 그치요? 시든 꽃처럼 다소곳이 월급봉투를 비웠어요. 짐 자전거 한 대와 검정 장화 한 켤레 사서 보냈는데요 아부지, 달려나와 받으세요. 이장님 것보다 좋은 그 것을요. 어서요, 아부지! 자전거를 타고, 검정 장화를 신고, 논으로, 밭으로, 햇살 속으로 사라지세요, 사라져 주세요! 노을을 지고 오세요, 아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