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 장기화하면서 2500명의 군 병력을 잃은 미군이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미행정부는 이렇다 할 정치적, 군사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미중앙정보국(CIA)과
펜타곤에서 반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징병제 시행(전환)은 곤란하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 해 퇴역 장성들이 부시 행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미국민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악관은 심기가 꽤 불편한 모양이다. /편집자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싫어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싫어하지 않는다.
만나보면 좋은 사람들도 많거든..
미국이 쫄딱 망해버리거나 무너져버리는 건 원하지
않는다
그냥 다 같이 잘 살아봤으면 좋겠다
그러긴 굉장히 힘들겠지만..
그래도 미국 덕분에 자잘한 나라들이 힘겨루기를 안 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군기 잡는 애가 하나 있으니까 그 밑에 힘쎈 애들이 옆에 약한 나라를 섣불리 못
덤빌 꺼 아닌가..
부시 대통령은 1968년 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의 ‘구정공세’ 이후 대선에
패한 린든 존슨 대통령보다도 인기가 떨어진 상태다. 주변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시
행정부가 밀어붙인 이라크 전쟁 낙관론이 미국의 수많은 애국 시민들의 분노와 야유를 사게 된 것이다. 그 옛날,
베트남 전쟁 때와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1)
카트리나 사태 이후, 부시 행정부는 그 누구의 사표도 수리하지 않았다. 결국 백악관에는 재해 앞에 무능하고 미숙한 정부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2) 의회를 불신하고, 초헌법적인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부시
대통령은 의회 안에서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지금 FTA하고 있는 모양새가 딱 이렇네.
부시
대통령의 입지는 심지어 행정기관 내에서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
루이스 ‘스쿠터’ 리비는 친분이 있는 기자들에게 조 윌슨 대사의 부인이 CIA 비밀
요원이라고 고의로 발설하여, 이라크 전에 반대했던 윌슨 대사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정보를 흘린 것은 연방법상
범죄에 해당된다. 불법 기밀누설에 부시가 가장 신뢰하는 정치 고문 칼
로브가 연루된 사실까지 드러나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는 백악관과 CIA, 그리고 군
고위층 사이의 정치 균열이 일부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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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병영을 방문하기 위해 백악관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그는 이날 군부대에서 행한 연설에서 자신의 임기가 끝난 뒤까지도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로이터 | |
이라크 전에 대해 백악관과 CIA가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3) 2004년 <월 스트리트 저널>은 리크 게이트를 언급하며,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반발과 CIA내부의 반발4)이라는 이중 난관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게다가 CIA에서 대통령의 주장을
깎아내리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였다. 몇 년 전부터 CIA 및 안보기관의 책임자들은 이라크 전을 일으키기 위해 백악관
차원에서 여론조작이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2004년 언론에 유출된 비관론적 관점의 이라크전 보고서의 저자이자 CIA 중동
및 남아시아 담당관이었던 폴 필라는 부시 행정부가 반이라크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조직적인 여론
조작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5)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조직 내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포터 고스를
CIA국장으로 임명하였다. 고스 국장 부임 뒤 CIA는 심각한 사기저하와 내분으로 홍역을 치렀으며,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장에게 돌아갔다. 고스 국장은 퇴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2년 재임 기간 동안 10여 명의 CIA 부장과 분석관이
사임하였는데, 그들 대부분은 비밀요원으로 있던 사람들이었다.
군 내부에서도 불만이 불거져 나왔다. 명망 있는 퇴역 장성 여럿이6) 이라크 전쟁을 잘못 수행한 책임을 물어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지적은 현직 군 종사자 다수의 지지를 받는
의견이었다. 군 관계자들의 이 같은 전례 없는 반발은 군 내부에 미국의 이란 침공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
이란 공격으로 인해 미국과 미군에 미치게 될 악영향을 우려하는 것이다. 미군 측이 시사주간지 <뉴요커>7)의
세이무어 허쉬 같은 기자에게 건네준 정보에서는 또 다른 분쟁을 막아보려는 미 장교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군인들은 미국이 이란의 핵 기지를 공격할 경우, 양측의 대치상황과 연쇄보복의 악순환이 촉발될 위험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규모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는 미군 병력의 손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란을 공격하려면 미국은 또 다시 징병을 해야 하며
대대적인 전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징병제로 홍역을 치렀던 베트남전 경험에 비추어 보면, 징병으로 파견된
군대는 쉽사리 복수심에 사로잡히거나 금세 사기 저하를 느낀다. 미군이 또 다시 해외 원정길에 오르는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의 반대가
이토록 극심한 것은 중동 지역 내에서 ‘미 제국’의 조기 종말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은 군대나 정보기관이 백악관 정책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하였다. 이들 기관은 공개적인 저항보다 잦은 사임이나 정보 유출 등의 전술을 이용하여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 규율을 바로 잡겠다며 피터 고스가 시도했던 서툰 노력들은 이들을 오히려 고무시켰을 뿐이다. 군대와
정보기관이라는 보수적인 기관이 써왔던 이 같은 무기는 과거에는 주로 민주당 정부에 반대하기 위해서 이용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 안보를 가장 앞세워 온 공화당 행정부에게 그 칼을 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퇴역 장성들을 위시한 군대 내부의 반대 목소리가
냉대나 비방 정도로 쉽게 잠들지 않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공화당 정부가 군대에 힘을 실어주어 국민들이 이들을 추앙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대나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 두 기관이 권부에 대해 이 같이 반대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견제와 감시라는 헌법상의 기능을 의회가 수행하지 못하는 게 첫 번째고, 국방
및 외교 문제에 있어 민주당이 백악관을 반대하지 못하는 무능함이 두 번째다. 2006년 11월 총선에서 만약 민주당이 승리를
거둔다면, 민주당은 아마 이라크 전의 실패에 대해 부시 행정부에게 그 책임을 돌리려할 것이다. 책임 추궁과 관련자 처벌을 위한
의회 청문회도 예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대외정책 노선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은 무관심에 무능 드러내
민주당의 일부 고위 인사는 부시 행정부가 보다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정계 지도자들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관한 한 근본적인 방향 수정을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공화당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지도부 역시
트루먼과 케네디, 존슨 대통령이 차례로 발전시켰던 안보조직에 속해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패권주의는 공화당보다는 덜 공격적이었다. 클린턴은 동맹관계를 맺음에 있어 미국의
일방적인 우월보다는 미국의 주도 하에 상대방을 감싸주는 관계를 선호했다. 하지만 세계 속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구사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미국이 갖고 있는 힘의 성격이 ‘긍정적’이라는 것과 세계무대에서 미국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각별한 민족주의적 시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문제 같이 중대한 사안에 있어 양측은 별 시각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공화당과
민주당 역시 이스라엘에 유리한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리하면 전쟁의 악순환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중동 지역 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량 국가’로 분류된 나라들과의 모든 타협에 대해서도 일체 거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공동 회담을 개최하자던 이란의 제안을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나 거절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8)
하지만 과거 클린턴 정부 때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97년 이란의 대통령으로
개혁주의자인 모하메드 하타미가 당선되었을 때, 클린턴 행정부는 이를 양자 협상을 재개할 기회로 삼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평화협상을 이끌어갈 능력이 없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나 에반
베이 같은 상원의원이 이란에 대해 연설하는 것을 들어보면, 근본적인 입장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과 거의 차이가
없다.9)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이스라엘의 로비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도 매한가지이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있어서도 무언가 결정적인 정책을 마련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과 낸시 펠로시를 위시한 민주당
지도부는 부시 행정부가 평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종용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부시 대통령보다 한 술 더 떠 무조건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10)
클린턴 대통령은 오슬로 협정의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며 7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다가 집권 2기
말경에 들어서야 이-팔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들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현재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향으로
문제해결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세계, 대다수 유럽 국가들의 입장에선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해결방식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라크에서의 조기 철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지만, 이들이 내놓는 중동 정책의 기본 입장 역시
공화당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른 대외 정책에 있어서도 민주당의 패권주의적 성향은
공화당보다 결코 덜 하지 않다. 특히 아직 구소련의 색깔을 완전히 벗어내지 못한 러시아를 반대하는 것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부시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감행하게 되면, 국민 대다수와 민주당의 일부 지도자들은 이에 대해 야유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그 밖에
다른 민주당 인사들은 모호한 입장을 보이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눈치를 봐가며 목소리를 낼 것이다. 공화당의 눈에는 그 같은 대 이란 침공이
내정 차원에선 도움 되는 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군인들은 미국이 또다시 분쟁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저지하려는 입장이다. 이들의 저항은 아직 정치적 돌파구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미국 내 ‘현실론자’ 진영에는 교수들뿐 아니라, 제럴드 포드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이었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1984년과
1988년 대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였던 게리 하트,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카터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을 맡았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등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중량급 인사들도 많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 양 측은 백악관의 군사 및 외교 노선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정치 지형도에서 새로운 세력의 필요성과 관련한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워싱턴D.C.
뉴 아메리카 재단(New America Foundation) 수석 연구원. 최근 발간된 그의 책 『미국, 옳은가 틀린가 : 미국민족주의
해부(America Right or Wrong: An anatomy of American Nationalism)』(London, Harper
Collins, Oxford University Press, 2004)는 불어판으로도 출간되었으며, 불어판 제목은 『미국의 신민족주의(Le
nouveau nationalisme américain)』(Paris: Lattès, 2005 ; Paris: Gallimard, 'Pocket
book', 2006)이다.
<주석> |
(1)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의 비교는 Gabriel Kolko, "백악관이 CIA의 의견을 배제했을 때(Quand la Maison Blanche
?carte les avis de la CIA)",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2006년 4월호.
(2)
Mike Davis, "뉴올리언즈, 자본주의 참사(A la Nouvelle Orl?ans, un capitalisme de
catastrophe)",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2005년 10월호.
(3)
Philip S. Golub, "하나 됐던 미국, 의심하는 미국(Du consensus au doute)",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2004년 6월.
(4)
<월 스트리트 저널> 2004년 9월 29일.
(5)
<엘 파이스(El Pais)> 인터뷰 기사(마드리드, 2006년 5월 4일).
(6)
그 가운데에는 안소니 지니, 웨슬리 클락, 폴 이튼 등이 포함되어 있다.
(7)
Seymour Hersh, "The Iran Plans", <더 뉴요커>, 2006년 4월 17일.
(8)
Flynt Leverette 전 국가안보회의(NSC) 중동지역 수석 담당자, “The Gulf Between Us”, <더
뉴욕타임즈>, 2006년 1월 24일.
(9)
Hilary Clinton, “Challenges for US Foreign Policy in the Middle East”, 프린스턴 대학,
2006년 1월 19일(http://www.votehillary.org/CMS/node/108).
Evan Bayh, “A New Approch to the national Security Debate”, www.csis.org,
2006년 2월 2일.
(10)
Serge Halimi, "미국에는 샤론의 친구들만 있다(Aux Etats-Unis, M.
Sharon n'a que des amis)"와 Jo?l Beinin, "리쿠드 당을 위한 'think tank'(Un 'think tank'
au service du Likud)",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200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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