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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인권 외치던 그들의 이중성

Joyfule 2018. 2. 23. 18:11

정의·인권 외치던 그들의 이중성

    입력 : 2018.02.23 03:02 | 수정 : 2018.02.23 11:25

    ["홍준표 발정제 발언땐 벌떼같더니… 여성단체냐 이념단체냐"]
    한국작가회의·여성단체연합·민변 등 좌파 성향 단체들
    고은·이윤택·조민기 성추문 앞엔 진영논리로 소극 대응

    "그의 온갖 비도덕적 스캔들을 다 감싸 안으며 우리나라 문학의 대표로, 한국 문학의 상징으로 옹립하고 우상화한 사람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도 모른 척한 이들은 다 공범이고 주범이다."

    한국 문단의 '거인'을 거침없이 질타한 젊은 시인은 옳았다. 그 무서운 '침묵의 카르텔'은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민주와 정의, 인권을 부르짖는 시민단체들에도 두루 걸쳐 있었다. 똑같은 성범죄에도 그들은 좌우(左右) 진영 논리를 철저히 적용했다. 고은, 이윤택, 조민기에 이어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가 들불처럼 번지는데도 하염없이 침묵을 지키거나, 마지못해 면피성 입장을 발표했다. 고은 시인은 좌파 성향 문학단체인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이고, 이윤택은 이른바 '블랙리스트 1호'로 보수 정권에서 탄압을 받았다고 알려진 대표적 예술가다. 조민기는 '촛불 참여 연예인'명단에 이름을 올려 촛불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던 배우다.

    한국작가회의는 고은 성추문 논란이 발생한 지 2주일 넘게 지난 22일에야 "3월 10일 징계위원회를 열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말은 징계이나 당사자가 작가회의를 탈퇴하면 그만인 유명무실한 대책이다. 작가회의는 비난 여론에도 고은 시인을 보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문인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문을 시로 고발한 최영미 시인을 인신공격하며 '역풍'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그러나 "고은 시인이 직접 사과하라"는 여론이 거세지자 고육지책을 내놓은 셈이다. 고은 시인과 동년배인 한 원로 남성 문인은 "만약 우파 쪽 문인이 성추행을 했다면 진즉에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우파 인사들의 성추문이 터지면 곧바로 규탄 성명을 발표하던 좌파 여성단체들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21일 밤에야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성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검찰 내부 성추행 문제가 드러났을 때 하루 만인 30일 성명을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 고은과 오태석, 조민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여연의 이 같은 행보에 "여성 단체는 여성을 위한 단체냐, 이념을 위한 단체냐" "홍준표 대표 막말이나 돼지발정제 사건이 터졌을 땐 즉각 사퇴하라고 벌떼같이 몰려들더니 고은과 이윤택에겐 왜 침묵하나"라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한 여성학자는 "한국 여성운동의 고질병은 여성 당파성보다 이념 당파성이 더 강한 것"이라며 "자신들이 지지하는 현 정권이 '미투'로 위협받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고발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법조·교육 시민단체도 다르지 않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적극 지지했지만 내부 문제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민변 소속 여성 변호사가 과거 성희롱당했을 때 선배였던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종용했다"고 폭로했지만 민변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예대, 청주대 교수로 재직한 오태석, 조민기의 성추문이 불거졌지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측도 "입장 발표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민교협은 지난 12일 강명운 청암대 전 총장의 여교수 성추행 사건에선 피해 교수들을 복직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라는 촉구 집회를 열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3/20180223001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