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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중에 천안함 유족이 있기나 한가

Joyfule 2018. 2. 23. 18:14

 

"청와대 안중에 천안함 유족이 있기나 한가"

    입력 : 2018.02.23 03:02

    [천안함 유족들,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訪南 소식에 분노]

    "우리 정부가 말하는 평화는 피해자 의사 짓밟는 가식일 뿐…
    北책임 물을 뜻 없음을 보여줘" 내일 靑 규탄 기자회견 열기로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때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김영철(72)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청와대는 "올림픽 성공을 위해 오는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대표단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했다. 천안함 유족들은 "청와대의 안중에 우리가 있기는 한 것이냐"며 묻고 있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 회장 이성우(57)씨는 22일 점심 직후 김영철의 폐막식 참석 뉴스를 봤다. 그는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 임무 수행 중 북한 어뢰를 맞아 침몰했다. 해군 장병 104명 가운데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다. 이씨도 맏아들이었던 이상희 하사를 잃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다. 사진은 2017년 8월 대전 유성구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 55용사 흉상 부조 제막식’ 모습.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다. 사진은 2017년 8월 대전 유성구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 55용사 흉상 부조 제막식’ 모습. /오종찬 기자

    천안함 유족들은 지난달 남북 고위급 회담 때 북측 대표로 나온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보고서도 가슴이 내려앉았다. 리선권은 김영철의 심복으로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김영철이 직접 오는 것이다.

    고(故) 이용상 하사 부친인 이인옥(56)씨는 "천안함 8주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천안함 폭침 주동자를 남한 땅에 들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부가) 천안함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북한에 남한 방문 인사를 교체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 않으냐"고 했다. 이성우씨는 "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같은 사람을 북측 대표로 받아들이면 세계가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는가"라고 했다.

    천안함 유족들은 북한 인사들의 방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남북이 통일된다면 아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평화는 아니다"고 했다. 한 유족은 "평화란 가해자가 잘못한 걸 시인하고 사과하고,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여 대화에 나설 때 가능한 것 아니냐"며 "지금 우리 정부가 말하는 평화는 피해자 의사 짓밟는 가식에 불과한 것 같다"고 했다.

    천안함 유족들은 김영철의 방남으로 '천안함 폭침'의 진실이 가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임을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영철의 폐막식 참석을 전하며 "천안함 사건이 있었을 때 여러 추측이 있었지만 당시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누가 주역이었다는 부분들은 없던 걸로 안다"고 했다.

    아들 강태민 상병을 먼저 보낸 봉순복(53)씨는 "현 정부는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고 조진영 중사 모친 박정자(56)씨는 "원수를 대접하고 국민인 우리를 푸대접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유가족의 상처를 정부가 다시 후비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우씨는 "현 정부는 북한에 책임을 물을 뜻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24일 청와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3/201802230022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