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권 어린시절 - 11. 연기된 세례

어렸을때 나는 주이신 우리의 하나님이 스스로를 낮추시고
오만한 우리에게까지 내려오셔서
겸손하게 영원의 생명을 약속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희망을 걸고 계시던 어머니로부터 태어 났을때
이미 주의 십자가의 표적을 받았고
당신의 소금으로 간이 배어있었던 것입니다
주여! 당신은 내가 어렸을 적 어느날 갑자기 복통으로 죽을 뻔했던 일을,
이미 당신은 나의 보호자이셨기 때문에 보셨습니다
나는 열렬한 신앙을 가지고 주이신 그리스도의 세례를 받기를,
신앙심 깊은 나의 어머니와 또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교회에 너무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나의 육신의 어머니는 몹시 놀라서 깨끗한 마음으로
무엇보다도 나의 영원한 구원을 위해 당신께 죄사함을 빌며
세례를 받게 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고백하려고 서두는 동안에 갑자기 병이 나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의 세례는 연기되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살아가는 이상 그만큼 더 더렵혀지는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세례를 받은 후의 죄는 세례 이전에 지은 죄보다 훨씬 과중하므로
더욷 더 큰 벌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해서였습니다
그처럼 그때 이미 나는 당신을 믿고 있었으며
아버지를 제외한 온 식구가 믿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아버지는 믿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신앙을 짓밟거나
그리스도에 대한 나의 신앙을 말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나님이시여!
어머니는 이미 육신의 아버지보다 나의 하나님이신 당신이
나의 아버지가 되어주시기를 갈망하셨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당신은 어머니를 도우셔서
어머니로 하여금 남편을 설득시키게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점 때문에 그렇게 명령하시는 당신을 섬기는 것입니다
나의 하나님이시여!
청이 있습니다
그때 내가 왜 세례를 못 받고 연기해야 했는가를 알고 싶습니다
그때 죄의 고삐를 늦춘 것이 나에게 좋은 일이었습니까?
아니면 고삐를 늦추지 않은 것이 좋은 일이었습니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놓아두지'
하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육체의 건강에 대해서는
'아직 치료를 받지 않았으니까 상처를 입을 만큼 입도록 치료하지 않아도 되지'
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때 내가 치료를 받는 편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러므로 나나 나의 집안 사람들이 당신의 구원을 받도록 했다면
당신의 비호아래 훌륭하게 자라났을 것입니다
분명히 그편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소년 시절이 지나면
큰 유혹의 물결이 닥쳐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세례를 통해서 이미 형성된 형상(形象)보다는
차라리 내가 나중에 그런 형상이 되고야 말
흙덩이에게 나를 의탁하려고 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