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1866)4
그는 약이 올라서 그대로 돌아서려 하였으나 다른 데라곤 갈 데도 없고
여기 온 것은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 생각나서 마음을 돌렸다.
무뚝뚝하게 그는 말했다.
"좋습니다"
노파는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으며 커튼 쪽으로 가서 장롱을 열고 돈을 꺼냈다.
그는 온 신경을 귀로 집중해서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노파가 돌아왔다.
지난 달의 이자와 요번의 이자를 미리 제하여
그가 받은 돈은 겨우 1루블 15카레치카에 불과했다.
그는 돈을 받은 후 돌아갈 생각을 않고 무슨 할 말이 남아 있는 듯 주저하였으나
그것이 무엇인지 자신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 아료나 이바노브나, 곧 다른 물건을 가져 오려는데...
은으로 만든...훌륭한... 담배갑인데요..."
"그건 그 때 얘기하지"
"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아 참 그런데 할머니는 언제든지 혼자 계시는 것 같군요.
누이 동생은 어디 나갔나요?"
"내 동생에게 볼 일이 있나?"
"아니오. 별로... 그저 한 번 물어 본 것 뿐입니다.
그걸 할머닌 그렇게 말씀하시긴... 자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아료나 이바노브나!"
라스콜리니코프는 계단을 뛰어내려와서 이렇게 외쳤다
"아아 참! 더러운 생각이다!
정말 나는... 그것은 터무니없이 바보 같은 생각이다! ...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게 됐을까? 내 마음은
어쩌면 그렇게 더러운 생각으로 가득할까!
무엇보다도... 이 추잡하고 더러운 생각이 아아 싫다!
정말 싫다! 나는 온통 한 달 동안이나..."
그는 참을 수 없었다. 어느 선술집에 들어갔다.
맥주 한 잔을 쭉 들이키고 나니 마음이 좀 후련하였다
이 술집은 지저분했고 손님들도 후즐근하게 보였다.
그들 속에서 50세쯤 보이는 늙고 초라한 관리인 듯한 사나이가 미친 듯이
그러나 빛나는 눈초리로 머리칼을 쥐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사나이는 라스콜리니프를 보자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는 마르메라도프라는 사람으로 이전에는 어느 정도의 지위에 있던 관리였으나
술 때문에 몇 차례나 지위를 잃었음에 또 다시 술에 빠져 버리고 마는 사람이었다.
그는 좀 우습기도 하고 비극적이기도 한 태도로
자기 자신을 업신여기는 듯한 말투로 라스콜리니프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침대에 꼬꾸라져 있었습죠. 지독하게 곤드레가 되어서 말이지요...
그 때 문득 딸의 목소리가 들렸지요... 소냐는 순진하고 얌전한 애에요.
목소리도 퍽이나 부드럽죠... 머리는 금발이고 얼굴은 좀 파리하지만 품위가 있지요...
그 애가 이런 말을 하고 있지 않겠소.
'어머니 내가 꼭 그런 일을 하러 가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라고요.
그것이 무슨 말이냐 하면 다알리아 프란츠오브나라는
악독한 포주 노파가 내 처를 통해 벌써 서너 번이나 유혹해 왔기 때문이죠.
그러자 '그게 어떻단 말이냐' 하고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 코웃음 치며 대답하지 않겠소.
'무엇이 그리 소중히 모셔 둘 물건이냐? 무슨 큰 보배도 아니겠고'라고요.
하지만 아내를 비난하지 마십시오. 네 비난하지 마십시오.
네 비난하지 말아 주세요. 선생님! 제정신으로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병은 나빠지고 아이들은 배가 고파서 울고불고하니
가슴을 쥐어 뜯고 싶은 기분이 되어 마구 쏘아붙인 말이지요.
화풀이로 그런 소리가 나온 것이지요...
원래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 성질이 그래서
아이들이 비록 배가 고파서 울어도 곧 때려 주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그 날 다섯 시가 넘자 소네치카(소냐의 애칭)는 일어나서
목도리를 감고 모자가 달린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가더니 여덟 시 넘어서 돌아왔어요.
돌아오자 그대로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곁으로 가서
그 앞에 있는 책상 위에 아무말 없이 1루블 짜리 은화를 서른 개 올려 놓지 않겠소?
그리고 말 한 마디 않고 집 안의 커다란 초록빛 목도리를 들고
그것은 식구들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목도리지요.
그것으로 머리를 푹 뒤집어 쓰고 벽쪽을 향해 몸을 돌려 침대에 쓰러져 버리지 않겠소.
가냘픈 어깨하고 조그마한 몸이 언제까지나 떨고 있을 뿐...
그런데 나는 그 때도 역시 마찬가지로 술에 취해 누워 있었지요...
술에 취해 있어도 나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젊은 선생님 얼마 있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마찬가지로
말 한 마디 없이 소냐의 침대 곁으로 다가가서 밤새 그 아이의 발 밑에 무릎을 꿇고
그 애의 발에 입을 맞추고 좀처럼 일어서려고 하지 않더군요.
그러다 두 사람은 그대로 같이 잠이 들어버렸지요. 껴안은 채 말이지요...
둘이서... 둘이서... 그래요... 그런데도 나는 곤드레가 되어 누워 있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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