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1866)7.
"무슨 일로 왔지?"
"전당 잡히러 왔지요. 저번에 말하던 은으로 만든 담배갑을 가져 왔어요"
"아무래도 이건 은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노파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밝은 창 쪽으로 몸을 돌려
라스콜리니코프가 일부러 단단히 묶어 두었던 끈을 풀려 하였다.
그 때 그는 도끼를 힘있게 쥐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졌다.
"원 참 이렇게 단단히 묶은 걸 가지고 오다니..."
노파는 화난 목소리로 말하면서 그쪽으로 돌아섰다.
그 때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노파의 머리에 도끼를 내리쳤다.
피투성이가 된 노파는 그 자리에 푹 고꾸라졌다.
그는 곧 노파의 호주머니에서 돈주머니와 열쇠걸이 귀고리 등
일일이 살필 사이도 없이 닥치는 대로 호주머니에 긁어 넣었다.
이 때 노파가 쓰러져 있는 방으로부터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죽은 듯이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가 그쪽으로 뛰어갔다.
방 한 가운데에 리자베타가 언니의 시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도끼를 쳐들어 소리도 못지르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는 리자베타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그녀는 애걸하는 시늉으로 손을 주저주저 내밀었으나
머리가 두 조각으로 깨져 거꾸러졌다.
뜻하지 않은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르자 라스콜리니프는
자신의 행동에 격심한 공포와 혐오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
그는 자신을 꾸짖으면서 피묻은 손과 도끼를 씻은 다음 방을 나왔다.
뒤이어 시끄러운 발자국 소리와 이 집을 아는 사람들이 찾아와
문이 안 열린다고 떠들어 대는 틈에 들키지 않고 집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하숙집에 돌아온 라스콜리니프는 불안과 공포 때문에
완전히 실신 상태에 빠져 열에 뜬 하룻밤을 지냈다.
모든 것이 이미 경찰에 알려져 버린 것 같은 무서운 망상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의 신경은 완전히 착란 상태에 빠져 나흘 동안이나 혼수 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의 친구 라즈미힌이 찾아와서 그를 충실히 간호하여 주었다.
그러나 라스콜리니코프는 정직하고 다정한 이 친구도 멀리하고 홀로 무섭게 번민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이상할 만큼 비겁했다.
하숙집 주인이 하숙비를 안 낸다고 고소를 했는데
경찰에 불려가서 자신의 범행이 발각된 것으로 착각하여 기절하기도 하였다.
무슨 소리만 들려도 모두 자기를 탐색하려는 것으로 망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뛰쳐 나가 거리를 무작정 헤맸다.
훔쳐온 물건은 어떤 공사장의 토굴 속에 내던져 둔 채 한 푼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조금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초조한 심정으로 불안하고 의아한 행동을 했다.
그를 의심하고 있는 경찰 서기장인 포르피리를 만나 보기도 하고
밤늦게 무의식적으로 죽은 노파의 집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마르메라도프를 만났다.
마르메라도프는 술에 취하여 마차에 깔려서 기절해 있었다.
그는 몹시 흥분했다. 마치 친아들처럼 또는 경관처럼
마르메라도프를 그의 집까지 데리고 가서 곧 의사의 치료를 받게 하였으나 이미 절망적이었다.
가난하고 불쌍한 그의 집안은 비참한 기도 소리로 가득하였다.
가련한 매춘부 소냐도 달려왔다.
라스콜리니코프는 호주머니를 더듬어 그날 아침에 어머니가
식비를 내라고 보내 준 돈 전부를 내놓고 그대로 마르메라도프의 집을 나왔다.
그런데 소냐가 보낸 어린 계집 아이가 그의 뒤를 몰래 따라와서 그의 주소를 알고 돌아갔다.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라스콜리니코프가 불안과 공포에 빠져서 병자가 다되어 있을 때
어머니와 누이동생 두냐가 약속대로 그를 찾아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앞에 두고 그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어머니는 편하게 느껴졌지만 예전과 같지 않았다.
어딘지 먼 곳에 있는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상처받은 그의 자존심은 어머니와 두냐에게 달라진 모습으로 보였다.
다정하고 침착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므로
라스콜리니코프의 어머니는 가슴이 아팠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견딜 수 없는 고뇌 속에서 어느 날 자살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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