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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바다 - 정일근

Joyfule 2006. 3. 20. 06:32


    ◈ 주머니 속의 바다 - 정일근 ◈ 그 마을사람들은 바다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설마? 하고 물어보면 불쑥 주머니 속의 바다를 꺼내 보여준다. 놀라지 마라, 그것은 마을의 아주 어린 꼬마녀석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제법 사랑을 아는 나이가 된 친구들은 사랑으로 외롭거나 쓸쓸할 때에는 손바닥 위에 바다를 올려놓고 휘파람을 분다 아무래도 마을 어른들은 한 수 위다 흰 손수건인가 싶어 보면 어느새 하얀 갈치떼로 변하고 손금 위로 바다를 흐르게 하고 흐르는 바다 위에 섬을 띄운다. 아주 오래전 그 섬을 찾아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의 안부까지 전해준다. 떠나오던 날 마을사람들이 주섬주섬 챙겨 선물로 건네주던 바다... 읽다 만 시집 속에 곱게 접어온 바다.. 사람에 지칠 때, 누군가가 아득히 그리울 때 나는 손바닥에 그 바다를 올려놓고 엽서를 쓴다 아침이면 사람과 함께 눈뜨는 바다 저녁이면 사람과 함께 잠드는 바다 사람과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바다를 나는 알고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