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나무가 있었다 - 나태주
언제부턴지 모르게 거기 나무 한 그루 서 있었다.
봄이면 새 이파리 내밀고
가을이면 새 가지를 키워
높다라이 하늘 닿게 자라다가
가을이면 이파리를 떨구고
겨울이면 기도하는 사람처럼
고개 숙여 서 있을 따름인 나무.
오랜 날들이 그렇게 흘렀다.
사람들은 나무 아래를 지나쳐 大處에 나가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거기 나무가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가끔 나무 아래에서 고달픈 다리를 쉬거나
햇빛을 피하기 위해 앉아있기도 했지만
거기 나무가 그렇게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많은 날들이 또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까닭으론지 나무가 베어지고 말았다.
나무가 베어진 뒤 비로소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아, 저기에 나무가 있었었구나.
그것도 키가 하늘 닿도록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가 있었었구나.
사람들 마음 속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씩 심겨진 것은
그 뒤부터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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