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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조 강희제의 리더십 4.

Joyfule 2007. 6. 19. 02:36
중국 청조 강희제의 리더십 4.


강희제가 중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군(名君)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독특한 통치 철학에 힘입은 바가 컸다.
강희제의 통치 철학은 한 마디로 '국궁진력(鞠躬盡力)'으로 요약된다.
'국궁'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구부린다는 뜻이고, '진력'은 온 힘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국궁진력'이란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구부려 온 힘을 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곱씹어 해석해 봐도
이 말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황제가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당시 동아시아 왕조 국가에서는 그 어디서도 있을 수 없는 발상이었다.

당연히 신하들이 "국궁진력이란 말은 신하가 쓰는 말이므로
황제가 쓰기에는 적당치 않다."며 진언에 진언을 거듭해 올렸지만
강희제는 뜻을 굽히지 않고 국궁진력'의 말을 고집했다.

그리고 오히려 한술 더 떠 "짐은 하늘의 종이기 때문에 어떤 일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군주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쉴 수가 없는 것이다." 면서
자신의 황제로서의 소임이 묵묵히 하늘과 백성을 향해
'국궁진력'을 실천하는 것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모든 것과 구별되고, 모든 것 위에 있으며, 모든 것을 다 가진 황제가
'몸을 구부린다'는 의미의 '국궁'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던 시절에
강희제는 스스로를 하늘과 백성의 종이라고 여기며 죽는 날까지
'국궁진력'의 자세를 견지하고 이를 실천했던 것이다.
이처럼 진심으로 '국궁진력'을 다했던 그였기에 강희제는 오늘날에도
장쩌민과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신중국 건설을 위해 강희제를 배우자."고
합창할 만큼 감동어린 리더십의 전형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국궁진력' 이야말로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곧 '섬김의 리더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강희제는 죽기 5년 전인 1717년 '고별상유(上諭)' 즉 사실상의 유언을 남겼다.
근 60여 년의 치세를 돌아보며 남긴 고별상유 치고는 너무나도 짧은 글이었지만
강희제는 그 짧은 상유를 남기기 위해 10년동안 고민했노라고 고백하고
그것도 모자라 "간을 드러내고 쓸개를 끄집어 내며
오장을 보여주는 것처럼 진심을 털어 놓았노라."고 말하고 있다.
거기서 강희제는 "자신의 마음을 천하를 보살피는 데 다 쏟아 부었노라."고 고백한다.
과연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리더가 몇이나 될까?
특히 '고별상유' 중에서 "한 가지 일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온 천하에 근심을 끼치고,
한 순간을 부지런하지 않으면 천대 · 백대에 우환거리를 남긴다."는 구절은
오늘의 리더들이 진정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경구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리더는 언젠가 고별상유 곧 자기만의 유서를 미리 남겨야 할지 모른다.
그 때 구구한 변명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가는 일에 대한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진짜 리더다. 굿 리더(Good leader)를 넘어선
그레이트 리더(Great leader)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희제는 뒷마무리가 깔끔하고 끝이 좋은 그레이트 리더였던 셈이다.
60년 넘게 천하를 이끌었지만 "한 가지 일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온 천하에 근심을 끼치고,
한 순간을 부지런하지 않으면 천대 · 백대에 우환거리를 남긴다."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그레이트 리더, 강희제.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신중국 건설을 위해서는
강희제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