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새 - 이반 투르게네프 - 산문시
나는 사냥을 갔다 와서, 정원 장림(長林)을 거닐고 있었다.
개는 저만치 나를 앞서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개가 종종 걸음을 치더니,
무슨 냄새라도 맡은 듯 가만가만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나는 길쪽을 바라보다가, 부리가 노랗고 머리 위에 솜털이 난
새끼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보금자리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바람은 모질게 불어 자작나무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새끼 참새는 몸을 움추린 채
아직 부실한 날개를 함부로 치고 있었다.
개가 새끼 참새 있는 데로 가까이 이르렀을 때,
돌연 곁에 있는 나무 위에서, 목이 까만 어미 참새가
개의 코앞으로 마치 돌멩이처럼 날아 내려왔다.
그리고는 전신을 벌벌 떨면서,
가엾게도 절망적 부르짖음을 외치고,
흰 이빨이 드러나 보이는 개의 입을 향해 두 세 번 날면서 덤벼들었다.
그는 새끼를 구원해 내고자, 자기의 몸으로 새끼를 감싸 준 것이었다.
그러나 작은 몸뚱이는 공포로 인하여 벌벌 떨고 있었으며,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쉬어있었다.
공포에 떨면서도, 그는 자기 몸을 내던졌던 것이다.
그의 눈에는 개가 굉장히 큰 괴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안전한 높은 가지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의지보다도 강한 힘이 그를 날아 내려오게 하였던 것이다.
나의 토레솔은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도 또한 이 힘을 인정한 모양이었다.
나는 급급히 몸둘 곳을 몰라 하는 개를 불러 가지고
경건한 생각에 잠겨 그 자리를 떠났다.
그렇다. 웃을 일이 아니다.
나는 이 작고 비장한 새에 대하여, 그 사랑의 충동에 대하여,
확실히 경건한 생각에 잠겼었다.
나는 생각하였다.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 강하다.
오직 그것에 의해서만, 사랑에 의해서만,
인생은 유지되어 나가고, 진보되어 나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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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투르게네프(Ivan Sergeevich Turgenev : 1818~1883)
러시아 오리욜 시 스파스코의 부유한 귀족 가정에서 태어남
페테르부르크 대학졸업.
바이런 하이네 등의 영향을 받음
자기 소유의 농노를 해방하여 이상주의 귀족의 신념을 실천
(첫사랑)(처녀지)등 많은 작품을 발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