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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l원제 BuchBilderBuch/ 밀란 쿤데라

Joyfule 2010. 11. 22. 22:23

 
 

책그림책 l원제 BuchBilderBuch/ 밀란 쿤데라 (글) | 크빈트 부흐홀츠(그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책 그림책"
책에 매료되어 본 적이 있는가. 한 눈에 자신을 사로잡는 책을 보고 짝사랑하는 이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처럼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며 호흡이 가빠진 적이 있는가. 도서관에 꽉 들어찬 책들 사이를 거닐며 책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으며 황홀해했던 적이 있는가.

책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그림책>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밀란 쿤테라, 미셸 투르니에, 존 버거 등의 글과 <소피의 세계> 표지그림으로 유명한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이 책은 어쩌면 그런 이들을 위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책 그림책>에는 책과 사람에게서 유추해 낼 수 있는 온갖 상상력이 한데 모여 있다. 어떻게 이런 그림들을 그려낼 수 있는지 감탄하게 하는, 한껏 부러움을 살만한 그림 뿐이다.

가위에 찔려 피를 흘리는 책, 사람을 가둬두는 책, 독한 사랑의 열병이라도 앓은 듯 쓸쓸해 보이는 책, 부드러운 대지와 달빛 아래 책을 덮고 잠이든 사람, 문을 열 듯 책 커버를 여는 사람, 투명인간처럼 책을 통과해 나가는 사람, …

그림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것은 그림 속에 숨겨진 의미를 하나라도 더 찾아보고자 하는 욕심 탓일 수도 있고 시선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 그림 속 이야기들 탓일 수도 있다.

혹, 그림마다 덧붙여진 이야기들은 원치 않는다면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빈 노트를 하나 꺼내 옆에 놓아둔 채 그림 하나를 보고 거기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지어내보면 어떨까. 아니면 단순한 느낌이라도 좋다. 그런 식으로 노트를 채워가다 보면 자신만의 책 그림책이 만들어질 것이고,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책 그림책을 갖게 될 것이다. - 김수진(2001-03-06)

 

 
 
온화한 파스텔톤의 바탕에 점묘법처럼 점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마치 사진을 보는듯한 그림들. 눈을 편하게 만드는 그림은 오래전부터 보아온 것처럼 익숙한 느낌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세계는 사뭇 낯설고 어딘가 이상하다.

남자는 탑처럼 높이 쌓인 책을 밟고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자는 공중에 붕 뜬 의자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다. 윗몸을 타자기 위로 구부리고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의 책상 위에 기자와 구경꾼들이 올라서서 타자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표범은 책을 물고 전깃줄 위를 걸어간다...

책에 대한 황홀한 비유가 숨어있는 이 그림들은, <소피의 세계>의 표지그림으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 크빈트 부흐홀츠의 것이다. 그리고 이 <책그림책>은 밀란 쿤데라 등 세계적인 작가 46명이 그의 그림에 대해 써보낸 짧고 자유로운 감상문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함축적인 글로 부흐홀츠의 그림에 명찰을 달아준 작가들은 쿤데라 외에도 미셸 투르니에, 아모스 오즈, 오르한 파묵, 요슈타인 가아너, 존 버거, 수잔 손탁, 귄터 쿠네르트 등. 책을 덮고 잠을 자고 있는 그림 속의 아이처럼 인생을 글과 책을 통해 보낸 이 작가들에게, 부흐홀츠의 그림은 어떤 공명을 주었을 것이다. 그들은 한 페이지짜리 소설을 지어내기도 하고, 그림 속의 사람과 책을 작가 자신으로 치환하기도 한다.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시키는 이 그림들과 따라붙은 조그만 에세이들은 보는 사람마다 제각기의 상상을 펼치게 한다. 특히 누구보다 책을 아낀다는 사람이라면 자신과 책의 '은밀한 관계'에 대한 비유를 그림 속에서 발견할 지도 모른다.

<호수와 바다 이야기>와 함께 나왔다.
 
 
 

서문

요슈타인 가아더·지평
헤르타 뮐러·백 개의 옥수수 알
라인하르트 레타우·책 다리 비행 시구
W.G. 제발트·오래된 학교의 안뜰
가우제페 폰티기아
조지 슈타이너
한스 크리스토프 부흐·말리 여행기
한나 요한젠·사물들의 자리
아모스 오즈·무슨 일이든 일어나게 마련이다
라픽 샤미
체스 노터봄
마르틴 모제바흐
하비에르 토메오·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 앞에서
헤어베르트 아흐터른부쉬
존 버거
찰스 사이믹
마르크 피티
미하엘 크뤼거
볼프 본드라체크
다비드 그로스만·길 위의 인생
파울 뷔어
리하르트 바이에·도로 위에서
T. 코레이거선 보일·혀들의 키스
마틴 R. 딘
페르 올로프 앙크비스트
에른스트 얀들·누구인가?
게오르게 타보리
알도 부치
루드비히 하리크·켈스터바흐의 시인
밀로라트 파비치·카드리유
오르한 파묵
안토니오 타부키
엘케 하이덴라이히
미셸 투르니에·조르주 심농의 마지막 날
알렉산다르 치마
수잔 손탁
밀란 쿤데라
이다 포스·마지막 안건
마르틴 발저·최후의 일격
이반 클리마·책 - 친구이자 적
보토 슈트라우스
오스카 파스티오르·구름
귄터 쿠베르트·조명등 아래에서
이조 카마르틴·단테, 신곡 III, 47-48
페터 회크
프리트마르 아펠·남은 자의 노래/ 사공의 대답

작가 소개
옮긴이의 말/ 장희창

 
 
 
17 P
이전에 한 우유부단한 작가가 살았다. 글을 쓸 때는 읽을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 했고, 읽을 때에는 글을 쓸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느 날 그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었다. "나는 인터뷰를 보고 당신의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종이에 씌어져 있는 대로 한번 따라해 보십시오. 그러면 문제가 풀릴 것입니다. " 그리고 아래쪽에는 한 친구로부터, 라고 서명되어 있었다.

작가는 편지대로 따라했는데, 그러다보니 다음과 같이 되었다. 많은 책들이 땅바닥에 기하학적인 배치에 따라 흩어져서 놓여졌고, 책들은 목재로 만든 한쪽 벽에 있는 닫힌 문에까지 이어져 있었다. 잔디밭에는 촛불 하나가 켜져 있었고, 여자 신발과 모래 시계도 있었다.

작가는 생각했다. "아직도 내게 남아있는 인생에 있어서 시간의 본질을 알려면 사랑만이 나에게 도움을 줄 테지"

그는 첫번째 종이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흰색이었다. 두번째 종이도 흰색이었다. 모든 종이들이 흰색이었다. 그는 문 쪽으로 가서 그것을 열었다. 그러나 문 뒤쪽에는 아무것도 없고 다만 끝없는 평원만 있었다. 그때 그는 흰색의 종이들이 그가 쓰고 그가 읽으려고 했던 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마침내 글쓰기와 읽기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기우제페 폰티기아
- 플레져
17 P
이전에 한 우유부단한 작가가 살았다. 글을 쓸 때는 읽을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 했고, 읽을 때에는 글을 쓸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느 날 그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었다. "나는 인터뷰를 보고 당신의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종이에 씌어져 있는 대로 한번 따라해 보십시오. 그러면 문제가 풀릴 것입니다. " 그리고 아래쪽에는 한 친구로부터, 라고 서명되어 있었다.

작가는 편지대로 따라했는데, 그러다보니 다음과 같이 되었다. 많은 책들이 땅바닥에 기하학적인 배치에 따라 흩어져서 놓여졌고, 책들은 목재로 만든 한쪽 벽에 있는 닫힌 문에까지 이어져 있었다. 잔디밭에는 촛불 하나가 켜져 있었고, 여자 신발과 모래 시계도 있었다.

작가는 생각했다. "아직도 내게 남아있는 인생에 있어서 시간의 본질을 알려면 사랑만이 나에게 도움을 줄 테지"

그는 첫번째 종이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흰색이었다. 두번째 종이도 흰색이었다. 모든 종이들이 흰색이었다. 그는 문 쪽으로 가서 그것을 열었다. 그러나 문 뒤쪽에는 아무것도 없고 다만 끝없는 평원만 있었다. 그때 그는 흰색의 종이들이 그가 쓰고 그가 읽으려고 했던 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마침내 글쓰기와 읽기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기우제페 폰티기아
- Winy James
72 P
나는 그녀를 강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한 후 그녀의 뒤를 따라갈 것이다. 사랑스러운 삶처럼 서로를 껴안으면서 우리는 천천히 한밤중의 강물을 따라 굽이까지 나아가다가 거기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모든 바다 중에서 가장 검은 바다로 들어갈 것이다. <게오르게 타보리> - 고도
타자기, 찻잔, 넓은 수평선, 크빈트 부흐홀츠의 나라는 외롭고 아름답다. 그곳은 시적인 독특함으로 가득차 앉아서 찾고 기다리고 방황하는 - 거의 언제나 혼자인 - 조용한 인간의 나라이다. 그곳은 경쾌하게 펄럭이거나 신비스럽고 매혹적으로 장면들이 모여 있는 책들의 나라이다. 펼쳐진 채, 또 접힌 채, 매우 높이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겹겹이 쌓인 책의 나라. - <슈피겔>

 
 
글 : 밀란 쿤데라
  • 최근작 : <생은 다른 곳에>,<소설의 기술>,<커튼> … 총 71종
  • 소개 : 1929년 체코슬로바키아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체코가 소련군에 점령당한 후 시민권을 박탈당해, 1975년 프랑스로 망명하였다. 쿤데라는 작곡가 레오슈 야나체크(1854년~1928년)의 문하생이었으며, 체코의 주요한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이며 브르노 뮤지컬 아카데미의 수장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피아노를 배웠으며 훗날 음악학을 공부하였다. 이러한 음악적 배경은 그의 작품의 근간이 되었다.
    1948년 브르노에서 중등교육 과정을 마친 후 찰스 대학교(Cahrles University)의 예술학부에서 문학과 미학을 공부했으나, 두 학기만에 프라하의 공연예술 아카데미의 영화학부로 옮겼다. 그곳에서 영화 기획과 희곡 창작 강의를 들었으나 1950년,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학업을 중단했다. 1952년 학교를 졸업한 후 영화 아카데미에서 세계 문학을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젊은이들처럼 공산당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던 쿤데라는 1950년, ‘반공산당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공산당에서 추방당했으나 1956년에 재입당한다. 1968년 프라하의 봄에 참여하였다.
    1975년 프랑스에 정착하였으며, 1981년에 프랑스 시민권을 땄다.
  • 링크 :

역자 : 장희창
  • 최근작 : <약자들의 힘>,<현대시의 구조 (보급판)>,<현대시의 구조 : 보들레르에서 20세기 중반까지> … 총 18종
  • 소개 : 1955년 부산 출생. 현재 동의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일 고전 번역과 고전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독서 평론집 <춘향이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가 있고, 번역한 책으로 괴테의 <색채론>,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게걸음으로 가다>, <나의 세기>(공역), 후고 프리드리히의 <현대시의 구조>, 아나 제거스의 <약자들의 힘>, 베르너 융의 <미메시스에서 시뮬라시옹까지>, 크빈트 부흐홀츠의 <책그림책>, 카타리나 하커의 <빈털터리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