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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 이해리

Joyfule 2006. 2. 11. 07:18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 이해리 제 떠나왔던 도래지로 날아가려는 겨울 철새는 맹목적이다 공중에서 비행기를 만나도 피하지 않는다 한 마리 꼬까도요새 비행기와 충돌했다 새의 몸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엔진이 망가진 비행기는 허둥지둥 회항한다 조그만 새의 의지를 거대한 비행기가 꺾지 못하는 이유, 무어라 설명할까 조류학자들은 인상받기*라고 명명했지만 차가운 동체에 묻힌 한 점 혈흔의 가엾음으로 나는 그 맹목이 그리움이라 유추해 본다 총과 경음기 폭음기로 위협해도 청, 청, 청, 푸른 하늘 들이받으며 날아오르던 새, 그렇지 그리움이란 것, 제 떠나왔던 물가의 물소리 바람소리 사무친 기억 같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들리고 안 보이는 것, 안 보이지만 뜨겁게 사무치는 간절함은 끝까지 믿고 행하는 것, 지구의 반 바퀴나 되는 비행거리를 찬 날개 두 쪽과 가슴에 오므려 붙인 가느다란 두 발이 전부인 行裝으로 날아가도 서럽지 않은 것, 그 망망한 외로움을 위해 한 목숨 분쇄되는 장애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펄럭 펄럭 붉은 석양이 적시는 흰 가슴의 날개로 제 몸 매질하여 구만리장천을 후회 없이 날아가는 것, 그리움도 그쯤은 되어야 지상의 계절을 번갈을 수 있지, 한 세상 사랑해서 건너왔다 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