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화春畵 - 김종제
북한산 쪽두리봉 기슭에
야한 춘화 그려져 있다고
어디서 소문 듣고 구경간다
진달래, 홍매화 처녀들
저고리 풀어헤쳐
탐스런 젖가슴 드러내놓았고
개나리,산수유 저 여인네들
허벅지 슬쩍 보여주며
숲속에 앉아 노닥거리는데
이팔 청춘의
이제 막 물 오른
신갈나무, 작살나무 남정네들
까치발로 훔쳐 보고 있네
누가 그려 놓은 저 춘화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내 속에서 발기하는 것 있어
낙엽 위에 돗자리 하나 깔아놓고
사랑하는 사람 불러내야겠다
절벽에는 또 울긋불긋
사람꽃들이 피었네
너럭바위에 앉아서
꽃밥에. 꽃찬에. 꽃물에 취해서
황홀한 봄 아닌가
불끈불끈 솟는 봄기운을
도대체가 감당할 수 없어서
아직 차가운 시냇가에
풍덩,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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