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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와의 전쟁, 미국의 경우

Joyfule 2006. 8. 28. 01:33
클린턴은 왜 코카콜라에 맞섰나
[해외리포트] 탄산음료와의 전쟁, 미국의 경우
텍스트만보기    심상룡(shims2601) 기자   
청소년 활동 시설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회부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탄산음료 다량 섭취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골자는 탄산음료 판매제한 조항을 신설해, "누구든지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시설과 청소년활동진흥법 제10조에 따른 청소년활동 시설에서 탄산음료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청소년위원회의 2006년 3월 자료에 의하면 전국 160개 중고교를 표본으로 탄산음료 판매실태를 분석한 결과 서울 및 충북지역을 제외한 145개교, 전국 90.6%의 학교에서 자동판매기를 통해 탄산음료를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울산과 충북을 제외한 전국 150개교(93.7%)에서 매점을 통해 탄산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들 학교에서 판매되는 탄산음료는 하루 평균 8779캔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탄산음료를 비만 및 성인병의 주범으로 보고 규제움직임을 벌여왔다. 그러나 탄산음료 판매규제 움직임은 음료회사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고 반대해야 하는 중대사안이었다. 미 전역에서 벌어진 탄산음료와의 전쟁을 들여다본다.

▲ 세계적 탄산음료 코카콜라, 펩시콜라, 닥터페퍼 홈페이지.
미국은 왜 탄산음료와의 전쟁을 시작했나

오래전부터 비만은 미국인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간주돼 왔다.

세계심장재단과 세계보건기구(WHO) 2002년 발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7%(3980만)가 체중 과다 또는 비만 상태이며, 미국 어린이의 16%가 비만아다. 이는 20년 전에 비해 4배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인들이 체중감량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33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 암, 골다공증, 고혈압 등 성인병의 주 원인이 비만에서 비롯된다는 게 의학적으로 증명된다면 비만 관련 비용은 최대 660억 달러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미국의 건강관련 단체들은 비만의 주범으로 미국인들의 식생활을 꼽고 탄산음료를 비롯한 정크푸드 섭취를 줄일 것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 LA 교육구 탄산음료 교내 판매 규제 법안 통과시 CBS의 보도. (2002년 8월28일자)
ⓒ CBS
당연히 주 정부의 주요 정치 쟁점에도 비만문제가 단골로 등장했다. 학부모들과 건강단체들은 탄산음료의 교내판매가 청소년 비만과 성인병을 부추긴다고 보고, 이를 제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제도화 하는데 앞장선 곳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육구인 로스앤젤레스였다. 2002년 8월, 로스앤젤레스 교육구의 칸터 교육의원은 탄산음료는 비만뿐만 아니라 성적 저하, 청소년 당뇨, 뼈 기능 약화 등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며 교내 탄산음료 금지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코카콜라, 펩시콜라, 그리고 닥터페퍼와 스내플을 생산하는 캐드버리 등 미국의 3대 음료회사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클린턴, 코카콜라와 한판 붙다

비만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민 단체들의 집중적인 공격 표적이 된 코카콜라 등 주요 음료업체들은 "우린 판매이익의 일정비율을 학교에 기부함으로써 학교 재정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여론은 음료업체의 편이 아니었다. 건강보호단체들은 학교 내 탄산음료 판매에 대해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2005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 전체에 탄산음료 교내 판매금지법안에 서명했고, 코네티컷, 뉴욕, 필라델피아, 텍사스 등이 유사법안을 통과시키며 미국을 뒤흔들었다. 뉴욕 시당국은 교내에서 생수, 저지방 우유, 100% 과일주스만 판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백악관 재임시절 햄버거 등 정크푸드 마니아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도 합세했다. 2004년 9월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클린턴은 2005년 5월, '비만과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내 심장병 발병원인이 식생활에 있었음을 깨닫고 정크푸드를 식탁에서 추방함으로써 수개월 만에 15파운드의 체중을 감량했다"면서 '비만퇴치 10년 캠페인'을 발표했다.

2005년 11월에는 미국음료업체연합회(ABA)가 '연령별 탄산음료 판매기준'을 판매 대리점에 제시하면서 끓어오르는 압력을 피해보고자 했으나 오히려 "여론회피용이다, 음료업체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이미 거의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을 재탕한 공허한 몸짓에 불과하다"는 반발만 불러왔다.

▲ 비만과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타임> 5월7일자 관련보도.
결국, 3대 음료회사는 지난 5월 3일, 올해 가을학기부터 학교 구내식당과 자동판매기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클린턴은 합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수개월 동안 음료회사들과 대화와 대화를 거듭한 끝에 법적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합의에 이르게 돼 기쁘다"면서 이를 "음료회사들의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치하했다.

음료생산 업체들과 건강보호 단체의 합의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는 생수, 저지방 또는 무지방 우유, 100% 과일 주스를 8온스 미만의 용기에 판매할 수 있고, 중학교에서는 10온스 이내, 고등학교에서는 저칼로리 주스류와 스포츠 음료 및 다이어트 소다류를 12온스 이내에서 판매할 수 있다.

담배 관련 소송 베테랑이기도 한 노스이스턴 법학대학교(Northeastern University of School of Law) 리처드 데이나드 부학장은 이를 "비만 소송 전략을 위한 첫 번째의 주요한 승리"라고 하면서 "이번 합의가 소송의 위협 때문만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기를 바란다"고 평했다.

소중한 승리,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당국의 반응은 달랐다. 학교당국의 떨떠름한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탄산음료 판매로 학교 예산의 상당액을 충당하고 있었기 때문.

실제 로스앤젤레스 교육구 내의 고등학교들은 탄산음료 판매를 통해 연간 4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고 있었다. 또 규모가 큰 학교는 최대 8만8천 달러의 보조금과 학생 유니폼 및 학교장비 지원을 받는 등 음료회사를 학교의 최대후원자로 두고 있었으니 학교 당국에서는 드러내놓고 반대할 처지도 못 되었고 환영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당장 학교 세입에 막대한 손실을 보아야 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대체 예산 확보에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 것이다.

▲ 음료단체의 교내 탄산음료 판매 중단 선언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2006년 5월 4일자.
ⓒ www.nyt.com
게다가 학교별로 음료업체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탄산음료 학교판매 금지법안이 미국 내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시기는 2008년 9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영양학자들과 학부모들은 이번 합의에 이어, 교내에서의 탄산음료 광고 규제, 7천만 학생들이 매일 시청한다는 1번 채널 탄산음료 광고 규제, 비만세(fat taxes) 신설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클린턴 전 대통령도 "청소년들의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도 산적해 있다"며 비만과의 전쟁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가 지난 7월 31일 자신의 고향인 아칸소 주 리틀록의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린 아동 비만 관련 강연에서 강조한 말은 이것이었다.

"아동 비만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