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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천(破天) - 김종제

Joyfule 2006. 6. 16. 02:41

        파천(破天) - 김종제 내가 걸어가는 길 상류 어디쯤에 破天이라는 곳이 있을 게다 넘보는 지류와 몸을 섞기 전에 순결하게도 거슬러 올라가 그러니까 처음 그 순간처럼 하늘과 맞닿아 있어서 감히 손으로 건드리면 세상을 깨뜨릴 수 있다는 갈라지기 직전의 희고도 푸른 저 찰나의 시간 그곳까지 걸어가려면 가슴이 다 닳고 굳은 살이 눈에 박힐 것이다 물속에 生의 비늘이 지천이어서 날카롭게 비명 지를지 모른다 破天까지 오른다는 것은 人跡의 나를 깨뜨리는 것이다 폭포로 내가 두 동강이 나고 바위에 산산조각 박혀 부들부들 떨며 사라진다면 그리하여 하늘이 깨뜨려진다면 세찬 계곡의 물길로 검을 만들어 나를 무수하게 찌르며 나아간다 흰 피 마구 튀기며 쏜살같이 하류로 내려간다 마침내 華陽의 저 입구에서 나는 푸른 囚衣의 하늘을 몸에 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