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7. 할로윈 축제2.
정말 소름끼쳐요, 오빠, 정말로.
이 사건에 대한 고모의 소감이었다.
그 재판에 관련된 모든 사람에 대한 끝없는 악의가 아닐까요?
난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원한을 품으면 어떻게 푸는지 알아요.
하지만 법정에서도 제 뜻대로 다 해놓고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안 그래요?
난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버지가 말했다.
그건 메이컴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와 마옐라가 꾸민 거짓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걸 그들 자신도 알고 있기 때문일 거야.
아마 영웅이 될 거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가 수고한 대가는 ,,, 그렇지, 좋아.
우리는 이 검둥이에게 유죄판결을 내린다 하지만
넌 다시 쓰레기더미로 돌아가라, 이런 식이지.
결국 그는 모든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으로 위안받을 수밖에 없을 거야.
시간이 지나면 조금 가라앉겠지.
그런데 그는 왜 존 테일러 판사님 댁을 침입하려 했을까요?
판사님이 집에 안 계실 거라고 생각했거나,
집 안까지 들어가려고 한 건 아닌 게 분명해요.
일요일 밤엔 앞 현관과 서재에만 불이 켜져 있었을 텐데 ,,, .
봅 이웰이 미닫이 문을 부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
물론 다른 사람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웰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증명했듯이
존 그분은 그를 바보로 만드셨거든.
이웰이 증인석에 앉아 있었을 때 난 감히 존 판사님을 쳐다볼 수가 없었어.
그분은 이웰이 마치 세 발 달린 닭이나 네모난 달걀이라도 되듯 쳐다보셨거든.
그리곤 배심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셨지
나를 재판장이라 부르지도 말고
당신들도 그런 편견을 가진 배심원 노릇은 하지 마시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곤 껄껄 웃었다.
시월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신나게 놀고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에게 익숙해 있던 일상의 질서를 되찾았다.
오빠는 무엇을 잊으려고 애쓰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있는 듯 보였고,
고맙게도 우리반 아이들은 아버지의 괴벽스러움을 잊게 해주었다.
어느 날 세실 제이콥은 아버지가 급진파가 아니냐고 내게 물어왔다.
그 얘기를 아버지에게 전하자 아버지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나를 더욱 애타게 했음을 알아채고는
나를 비웃는 게 아니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녀석에게 가서 난 코튼 톰 헤플린만큼이나 과격파라고 일러주렴.
알렉산드라 고모의 선교모임은 점점 잘 돼가고 있었다.
고모가 다시 리드하게 된 걸 보면,
머디 아줌마가 그 선교단체 사람들을 잘 무마시켰음이 틀림없다.
회합 때 차려내오는 음식도 더욱 맛있어졌고,
나는 그 불쌍한 므루너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메리웨더 부인으로부터 더욱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로 가족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는 듯했다.
다만 종족 전체가 하나의 큰 가족이 되어
모든 남자 어른들은 아버지 역할을 하고,
여자들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었다.
이런 풍습을 바꿔보려고 그림스 에버리트가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고,
우리의 절실한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메이컴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지난해, 그 지난해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메이컴다운 모습이었다.
단지 두 가지의 작은 변화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중 하나는 가게 창문이나 자동차에 붙어 있던 N. R. A.
우리 일은 우리가 라고 씌어진 스티커를 떼어낸 것이었다.
그 까닭을 묻자,
아버지는 국가재건운동이 폐지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누가 결정한 일이냐고 다시 물었고,
아버지는 아홉 명의 높은 사람이 그렇게 했다고 대답해주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정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지난해에 일어났다.
그때까지 메이컴에서는 할로윈 축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기껏해야 아이들이 말 보관소 꼭대기에 벌레투성이의 전등을 걸어놓거나,
서로 힘을 모아서 무거운 것들을 옮겨놓는 등의 놀이를 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장난이 너무 지나쳐서
투티 여사와 프루티 여사의 평온을 산산이 부숴놓고 말았다.
투티와 프루티 바버 여사의 본명은 사라와 프란시스로 자매 사이였다.
둘 다 미혼으로 지하실이 있는 집에서 살아가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유별난 사람들이었다.
공화당으로 소문난 바버 자매는 1911년 앨라배마 클랜턴에서 이주해왔다.
그녀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좀 생소하게 느껴졌다.
메이컴에서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지하실이 딸린 집을 찾아내
결국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아이들도 없이
단둘이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투티와 프루티 여사가 북부 사람들과 같은 방식대로
사는 것은 별문제라 치고, 둘은 귀머거리였다.
투티 여사는 그것을 철저히 부정하여 침묵의 세계에서 살았지만,
프루티 여사는 달랐다.
나팔모양의 커다란 보청기를 사용하여 어떤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다.
오빠는 그 보청기가 빅트롤라 축음기에서 나온 확성기일 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심술궂은 아이들은
할로윈이 다가오자 바버 자매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거실로 살며시 들어가서 가구들을 전부 빼내어 지하실에 숨겨놓았다.
메이컴에서는 래들리 집을 제외하곤
밤에도 문을 잠그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일에 합세하는 걸 거절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