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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CEO 43인 철저분석 / CEO 되려면 영업을 거쳐라

Joyfule 2006. 7. 21. 02:00
한국 대표 CEO 43인 철저분석 / CEO 되려면 영업을 거쳐라

‘매출 1조원’ 대기업 CEO 43명 설문

(전문게재)

주요 대기업에서 CEO(최고경영자)가 되려면 영업·마케팅 파트에서 잔뼈가 굵어야 제일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조선은 최근 증권거래소에 상장 또는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 가운데 연 매출액 1조2000억원 이상(2002년 기준)인 대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주요 대기업 CEO들은 영업·마케팅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설문 대상자 60여명 가운데 해외출장 등으로 답변을 하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43명이 응답했다.

또 국내 주요 대기업의 CEO들은 기업 내부에서 성장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직 유경험자(계열사 이동 제외)와 이직경험이 없는 ‘일편단심파’의 비율은 엇비슷했다. 연봉은 연말보너스를 포함해 3억원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한국 경제와 관련해선 “1년 내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으며, 국내 기업들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성과주의가 정착하지 못한 데 따른 비효율성’이라고 지적했다. 출근 이후 퇴근까지 하루 업무시간은 10시간 이상, 운동은 30분~1시간, 운동종류는 헬스, 영어공부는 30분~1시간 하는 경우가 각각 가장 많았다.

영업·마케팅 출신 가장 많아

CEO가 되기 전 맡았던 주 업무로는 영업·마케팅이 가장 많아 43명 가운데 15명을 차지했다. 영업·마케팅 출신이라고 답한 이들은 LG상사 이수호 사장, 기아자동차 김뇌명 사장, LG전자 구자홍 회장, SK 황두열 부회장, 포스코 이구택 회장,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 두산중공업 김대중 사장, 대림산업 이용구 사장, 아시아나항공 박찬법 사장, SK가스 신헌철 사장, LG홈쇼핑 최영재 사장, 현대백화점 하원만 사장 등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김재환 박사는 “영업·마케팅 파트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깝게 듣는 위치”라면서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포착하는 능력은 CEO가 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CEO 코스로 꼽히는 기획파트와 재무파트 출신은 그 다음으로 많았다. 기획 파트는 10명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삼성물산 배종렬 사장, SK텔레콤 표문수 사장, 기업은행 김종창 행장, LG화학 노기호 사장, 쌍용자동차 소진관 사장, 동부화재 이수광 사장, LG텔레콤 남용 사장, 두산 유병택 사장, KT&G 곽주영 사장, 한화석유화학 허원준 사장 등이 기획통.

재무 전문가는 7명으로 세 번째. 회사 돈을 주무르는 사람들도 최고경영자 반열에 자주 오르는 사람들이다. S-OIL 유호기 사장, 신세계 구학서 사장, LG카드 이종석 사장, KTF 남중수 사장, LG건설 김갑렬 사장, 현대산업개발 이방주 사장, 동국제강 전경두 사장 등이 해당한다.

영업·기획·재무를 합치면 모두 32명으로 응답자의 74%를 차지, 대기업 최고경영자는 이 세 분야에서 주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CEO들이 2002년 5월 서울 코엑스 아셈홀에 모여 국내외 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월드컵CEO라운드테이블'을 갖고 있다.

최근 기술중시의 경영 흐름 속에서 기술직 출신은 4명. 현대중공업 최길선 사장,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 LG전선 한동규 사장, 코오롱 조정호 사장이 이에 속한다. 연구직 출신은 2명. 2명 모두 박사 출신이다. 산업관리공학 박사인 현대자동차의 김동진 사장은 연구 파트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전자공학 박사인 KT의 이용경 사장도 미국 대학 교수를 거쳐 연구원 생활을 했다. 인사 전문가는 2명으로 한진해운의 최원표 사장과 CJ홈쇼핑의 조영철 사장이다.

남들과는 다른 경력을 밟은 이들도 있다. 삼성전자 한용외 사장은 감사와 경영진단을 주특기로 했고, CJ의 김주형 사장은 구매분야에서 컸다. 원자재 구매가 많은 회사의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금호산업의 신훈 사장은 보기 드물게 전산전문가이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신 사장은 여러 회사에서 전산전문가로 활약했다.

‘CEO가 된 뒤 직원시절 CEO에 크게 도움될 업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최고경영자들은 ‘친정’, 즉 자신의 출신 분야를 제시했다. 자신이 성장한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질문에서도 영업·마케팅 업무가 강세였다. 비영업 파트 출신들도 영업쪽에 손을 들어줘 영업·마케팅 출신 사장(15명) 수보다 많은 18명이었다. 기술이 중요하다는 사람도 5명으로, 기술자 출신 사장 수보다 많다.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다양한 업무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부 승진자가 압도적 다수

CEO가 될 당시의 직책이나 신분은 회사 내부 승진(33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주요 기업들이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하기보다는 내부에서 성장한 사람을 선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회사의 CEO나 임원으로 있다가 스카우트된 사람은 8명이었다. 관계 출신은 김종창 기업은행장으로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이다.

눈길을 끄는 특징은 응답자 가운데 학계에서 곧장 기업의 CEO로 발탁된 경우가 1명도 없다는 점이다. 교수에서 장관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정계 풍토와 달리 재계에선 교수 출신 영입이 없어 정계와 재계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학계 출신이라도 내부에서 승진 계단을 밟았다.

가령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교수를 하다가 과장으로 입사한 뒤 승진했다. LG카드 이종석 사장은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교수를 하다가 LG그룹 임원으로 들어왔다.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와 연구원을 거쳐 기업에 들어왔다. 이는 학문적 이론 지식보다는 경영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기업체에서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CEO 경험이 있는 사람은 17명. 처음이라는 사람이 26명으로 초보 CEO가 조금 더 많았다. CEO 유경험자 가운데 두 번째인 사람은 14명이며, 세 번째는 1명, 네 번 이상 한 사람도 2명이다. 두산그룹 계열사 사장직을 두루 거친 두산중공업 김대중 사장은 사장직만 일곱 번째이며, 역시 두산그룹의 주력회사인 두산의 유병택 부회장도 대표이사직을 네 번째 수행하고 있다. 두산그룹에서는 ‘구관이 명관’인 셈이다.

해외근무 경험은 25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해외근무 경험자 가운데 5년 이상 장기 근무한 사람도 12명에 달한다.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해외경험은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대학 전공은 경영·경제학(상학, 무역학, 농경제학 포함) 전공이 2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공대 출신이 14명으로 뒤를 이었다. 법학 1명, 정치외교학 1명, 수학 1명이었다. 출신대학은 서울대 20명, 연세대 6명, 고려대 5명, 부산대 3명 등이다. 박사 출신은 5명. 여성이 1명도 없는 것은 한국 대기업들의 보수적 풍토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직장 생활 중 대학원 등에 진학한 경험과 관련, 최고경영자 과정에 다닌 사람이 16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공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4명, 전공과 다른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2명이었다. 경영대학원은 3명, 행정대학원 1명, 홍보대학원 1명 등이었다.

연말 상여금을 포함해 1년 간 받는 연봉에 대해 3억원 미만(20명)이 가장 많았다. 연간 연봉이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다국적 기업 CEO들의 연봉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3억~5억원이라고 답한 사람이 8명, 5억~7억원이라고 답한 사람이 6명이었으며, 7억~10억원이라고 답변한 이도 1명 있다. 최고경영자들이 즐겨하는 재산 증식 방식은 예적금이 2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동산 8명, 주식 3명의 순이었다.

“부하의견 수용” 민주형 많아

이들에게 색다른 질문을 하나 던져 보았다. ‘부하 직원들을 통솔할 때 가장 효과를 본 것은 무엇이냐?’

가장 많은 23명이 ‘상사로서 기획력, 업무추진, 문제해결 등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직의 관리자는 일단 본인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부하직원들이 움직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 번째로 ‘개인보다는 조직의 팀워크를 중시하는 태도’(14명)라는 답도 적지 않았다. 두 답을 합쳐 개인적으로 능력을 보이면서도 조직의 팀워크를 생각하는 관리자가 되면 경영자로서 자질은 입증되는 셈이다.

‘정확한 신상필벌’(3명)과 ‘부하의 잘못을 감싸는 포용력’(2명)이라는 상반된 답변이 엇비슷하게 나온 것은 흥미롭다. 조직원들은 엄격한 성과 평가를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관의 넓은 아량에 감읍하면서 충성심을 발휘한다고도 할 수 있다.

또 이런 질문도 던져보았다. ‘부하가 자신의 지시 업무에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일 때 어떻게 해결하는가?’

가장 많은 답은 ‘부하의 의견을 경청한 뒤 다시 한 번 생각했다’(28명)는 것이다. 아랫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민주적 상사형’이 가장 많은 셈이다. 두 번째는 ‘일단 업무에 착수한 뒤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10명). 상사의 지시를 무시하지 않고 일단 일을 착수하라는 성실추구형인 셈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반드시 업무를 달성하라고 재차 지시했다’(3명)는 불도저식 관리형태도 있다. 이밖에 ‘다른 부하에게 업무를 맡긴다’(1명)도 있다.

CEO 자신들은 과거 부하시절에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업무를 지시받았을 때 어떻게 했을까. ‘일단 지시를 수용한 뒤 기회를 봐서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21명)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상사의 지시를 정면에서 거절하지 않는 ‘한국적 순종형’이 다수파인 것. ‘상사의 지시는 반드시 성과를 내도록 노력했다’(14명)가 두 번째. ‘하라면 해’라는 한국의 군대식 명령체제에 익숙한 것이 한국 기업의 회사원들이다.

‘업무가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하고 착수하지 않았다’(4명)는 ‘당돌한 부하’도 있다. ‘일단 업무에 착수하고, 후에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2명)는 답변은 ‘안전판 마련형’.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손꼽은 것은 ‘회사의 장기 발전 플랜 마련과 추진’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두 35명이 답해 5명 중 4명꼴이다. ‘구조조정 등 조직의 효율화’는 5명, ‘단기 목표 달성’은 2명이었다. KTF의 남중수 사장은 “CEO란 기업이 시스템적으로 경영되도록 도와주는 서포터 역할”이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CEO가 된 후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업무로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29명)를 가장 많이 제시했으며, 신규 수익사업 추진(9명)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인력감축과 구조조정 등 조직 재정비(2명), 부채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2명), 기술·연구 개발 강화(2명) 등이었다.

주 1회 이상 사적 모임 가져

회사 도착 후부터 퇴근까지 하루 근무시간은 10시간(21명)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12시간 이상(10명), 11시간(9명)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10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회사인간형’들이다.

요즘 직장인들에게 사적 네트워크 형성은 업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최고경영자들은 어떨까. 사적 모임을 주 1회 정도 갖는 경우(22명)가 가장 많았고, 2~3회(13명)가 두 번째를 차지했다. 4회 이상 갖는 사람도 2명이나 됐다. 반면 전혀 갖지 못한다는 사람은 2명.

영어 공부에 투입하는 시간은 30분~1시간(14명)이 가장 많았으며, 30분 미만(12명)이 뒤를 이었다. 1시간 이상 하는 사람도 2명 있다. 유학파 등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최고경영자들은 영어 공부도 부지런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은 1~2시간(22명)이 가장 많았다. 2시간 이상 된다는 디지털 마인드에 충실한 최고경영자도 7명에 달했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이번 설문과 관련해 설문지를 이메일로 직접 보내라고 한 뒤 곧바로 이메일로 답변을 보내기도 했다.

하루 운동시간은 30분~1시간(29명)이 가장 많았다. 1~2시간 하는 운동중시파는 2명. 반면 30분 미만은 14명이었다. 주로 하는 운동은 헬스(13명)가 가장 많았고, 조깅(10명) 골프(9명)의 순이다.

스트레스 해소방법으로는 운동(21명)이 가장 많았고,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취미몰두파(8명)도 적지 않았다. 술로 스트레스를 이기는 애주가(3명), 깊은 잠에 빠지는 수면파(2명)도 있었다. KT 이용경 사장은 자동차로 이동할 때 DVD를 감상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취미활동은 그야말로 다양한데 골프(11명)가 가장 많았다. 골프는 최고경영자들에게 운동도 되고 취미활동도 되는 친숙한 경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등산(9명) 독서(8명) 바둑(3명) 영화감상(2명) 그림감상(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색 취미 활동도 많았다. LG전선 한동규 사장은 사찰답사 여행이 취미다. 현대백화점 하원만 사장은 국궁을 즐기며, SK가스 신헌철 사장은 풀코스마라톤을 달리는 마라톤 맨이다. SK 황두열 부회장은 애완견과 산책을 즐기는 애견가(愛犬家)이며, 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정원가꾸기 취미를 갖고 있다. KTF 남중수 사장은 주말에 가족과 함께 DVD를 감상한다. 반면 LG홈쇼핑 최영재 사장은 ‘일이 취미’라는 답을 주었다.